"글로벌 AI(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앞으로 7년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만 1400조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은 5일 오후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4회 BOK-KCCI 세미나'에 참석해 "글로벌 AI 전쟁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AI 투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의와 한국은행이 공동 개최한 이번 세미나는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AI 기반 산업 혁신과 기업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한상의와 한은은 지난 2023년부터 정기적으로 공동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이번이 네 번째다.
최 회장은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특별대담을 통해 AI 관련 주요 이슈와 기업 대응 전략, 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최 회장은 AI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리소트 투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중국은 매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만 350만명씩 쏟아지고 그중 절반만 AI산업에 유입된다고 가정해도 이는 어마어마한 규모"라며 "우리는 여기에 10분의 1도 못 미치는 리소스를 넣고 있는데, 어떠한 결과가 나오겠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리소스만 활용하기 보다 미국이나 중국이 갖고 있는 리소스를 역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어떤 분야든 '여긴 꼭 우리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책·시장 메커니즘을 총동원해 리소스를 몰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AI 버블'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산업과 금융을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AI 산업 자체를 보면 버블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주식시장은 언제나 상승·하락 국면에서 오버슈팅을 반복하기 때문에 조정은 있겠지만, 그건 시장의 속성"이라고 설명했다.
AI 인재 및 조직 육성을 위해서는 '영 매니지먼트(Young Management)'를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최 회장은 "AI 시대에는 AI를 도구로 쓰고, 그 안에서 어떤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며 "저를 포함한 올드 매니지먼트는 그 역량이 없다"고 했다.
이어 "젊은 친구들이 AI 컴퍼니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실험을 과감하게 맡기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먼저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존 조직과 의사결정 시스템은 AI 도입을 전제로 설계된 게 아니라 비효율이 많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빨리 뜯어고치느냐가 각 조직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은 한국이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내려왔고, 5년 뒤에는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있다"며 "그때가 되면 대한민국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한국인 중에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5년 안에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경제를 견인하고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 회장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했다. 이 총재는 "1GW에 70조원이 든다는 수치는 들을 때마다 재정 당국이 얼마나 부담을 느낄지 짐작이 된다"며 "이 사업은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프라이빗 파이낸싱과 외부 자본 유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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