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빈대인 현 회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을 4명으로 압축한 가운데 실적·밸류업(기업가치 제고)·생산적 금융 등 여러 지표를 종합했을 때 빈 회장의 성과가 유독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적·밸류업 두 마리 토끼…숏리스트 내 성과 '우위'
BNK금융 임추위가 확정한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는 빈대인 BNK금융 회장, 방성빈 부산은행장,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 안감찬 전 부산은행장 등 4명이 이름을 올렸다. 모두 부산·경남 지역 금융 생태계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로 '지역 기반 인재' 중심의 내부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다만 성과 지표만 놓고 보면 빈 회장이 한 발 앞서 있다는 분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그룹 전체 실적과 자본비율, 주주환원, 지역 전략까지 직접 책임지고 성과를 낸 인물은 빈 회장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1960년생인 빈 회장은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영업본부장, 신금융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정통 부산은행맨'이다. 2017년 부산은행장, 2023년 BNK금융 회장에 오른 뒤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23년 BNK금융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6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이상 줄었지만 2024년에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분을 감안해도 7000억원대 후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8000억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취임 2년 만에 '순이익 8000억원 시대'를 연 셈이다.
수익성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대에서 7%대 중반으로, 순이자마진(NIM)은 1%대 후반에서 2% 안팎으로 올라섰다. 비용 효율성을 나타내는 판매관리비율(CIR) 역시 5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까지 낮아지며 비용 절감과 영업 효율화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실적 개선 효과는 주가와 기업가치에서도 엿볼 수 있다. 빈 회장이 취임하던 2023년 3월 6000원대 초반이던 BNK금융 주가는 최근 1만4000원 안팎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도 모두 증가하며 '실적 없는 주가 상승'이라는 지적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본 건전성과 주주환원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밸류업 전략 역시 빈 회장 체제에서 속도가 붙었다. BNK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5%를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룹이 내세운 'CET1 12.5% 이상 유지' 목표를 계획보다 앞당겨 달성한 셈이다. 밸류업을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도 2023년 100억원대에서 2024년에는 1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됐다.
생산적·포용 금융으로 지역 정체성 강화…비은행 확대는 숙제
빈 회장의 성과는 단순한 숫자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BNK가 '지역 기반 금융지주'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중 금융그룹 못지않은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방향성을 내세운 점도 연임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BNK금융은 지난해 '생산적·포용·책임 금융' 3대 전략을 제시하고 2026년까지 약 2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회장 직속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출범시키고 해양·수산·데이터센터·에너지 등 동남권 특화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연계해 해양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지원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지역 금융과 국가 전략산업' 결합 모델을 추진 중이다.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포용 금융 프로그램도 3조원대 규모로 운용하며 취약계층 채무조정, 경영 개선, 재기 지원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디지털·AI 기반의 체질 개선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룹 차원의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가동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생성형 AI 시스템 도입, 사내 해커톤 개최 등을 통해 디지털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AI와 포용 금융을 결합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청년·소상공인·금융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핀셋 금융'도 장기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지역 경기 둔화와 중소기업 부실 영향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소폭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지방 제조·건설업 불황이 길어질 경우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 구조의 은행 편중도 장기 과제로 꼽힌다. BNK금융의 이익 가운데 80% 이상이 여전히 부산·경남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 캐피탈·증권·저축은행 등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비중은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보험사 인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 했지만 과거 제재 이력으로 인해 2026년 10월까지 신규 자회사 인수가 제한되는 점도 발목을 잡고 있다.
BNK금융 임추위는 외부 전문가 면접과 프레젠테이션, 블라인드 평가 등 강화된 절차를 거쳐 이달 중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이 공식 선임되면 BNK금융은 '연임을 통한 안정적 성장'과 '세대 교체를 통한 변화'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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