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션 현대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념사를 말하고 있다. 기아 제공
기아가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80주년 사사(社史)를 발간하고 축하 행사를 열었다. 1994년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아는 과거 많은 굴곡을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동료애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며 “어려움을 이겨내고, 80년 해리티지를 가슴에 품고, 100년을 향한 또 하나의 위대한 여정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는 1944년 12월 11일 자전거를 생산하는 ‘경성정공’을 모태로 출발했다. 이후 정 회장의 축사처럼 기아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그대로 함께 겪었다. 1960년에는 첫 부도를 겼었고, 1980년대 정부의 강제 산업통폐합 조치로 승용차 생산을 하지 못 했다, 1997년에는 외환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그 다음해 현대그룹에 인수합병되는 등 다양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같은 내용은 기아가 이날 공개한 사사에도 그대로 담겼다. 사사에는 이 과정에서 드러났던 분식회계와 품질 논란 등 회사 입장에서 숨기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내용까지도 모두 기록됐다. 사사를 집필한 이장규 기아 고문은 “(정 회장이) 자랑스런 성공의 역사만이 아니라 시련과 실패의 뼈아픈 역사도 에누리 없이 기록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사사를 편찬한 이장규 기아 고문 등 사내외 인사들이 대담하고 있다. 기아 제공
정 회장은 이처럼 ‘굴곡의 80년사’를 예외 없이 기록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임직원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사에는 첫 부도를 겪은 1960년대에도 기아가 국산 삼륜차를 출시하는 등 연구개발을 지속했고 1980년대 산업통폐합 때는 ‘봉고’를 히트작으로 만들어내며 1981년 순손실 266억 원을 기록한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사례, 1997년 법정관리 이후 22개월 만에 이를 극복한 사례들도 빠짐없이 기록됐다.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사내 인사들이 콘셉트카 ‘메타 투리스모’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아 제공
정 회장은 “김철호 창업자가 모빌리티의 근간을 닦았다면, (기아를 인수한) 정주영 창업회장은 도로 선박 인프라 등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닦았고, 정몽구 명예회장은 통합 ‘현대차그룹’이 출범할 때 ‘글로벌 톱 5’라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제는 ‘기아인(人)’의 혼으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미래 모빌리티라는 비전을 향하고 있다”고 임직원을 치하했다.
5일 경기 용인시 기아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아가 공개한 미래 비전 콘셉트카 ‘메타 투리스모’. 기아 제공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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