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OTT) 확장으로 국내 시장이 급변하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장기 지식재산(IP)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내 OTT 생태계 진단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5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세미나가 열렸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올해 국내 콘텐츠 시장이 처한 현실을 두고 “한국 미디어 시장은 K콘텐츠의 글로벌 흥행과 국내 제작 생태계의 악화라는 모순적 상황을 동시에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했지만 ‘킹덤’ 이후 한국 작품이 글로벌 확장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OTT의 공격적 투자로 제작비가 급등하고 코스트플러스 구조가 시장 전반의 비용 부담을 고착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코스트플러스 구조가 제작사에는 안정성을 주지만, 결국 거대한 리스크를 글로벌 플랫폼이 떠안는 방식이어서 제작비 상승을 시장 전체에 고착화했다”고 진단했다.
계속되는 제작비 상승과 공급 감소로 국내 미디어 시장은 축소기에 진입했다. 그 결과 국내 OTT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해 흔들리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 SVOD 1세대인 왓챠는 올해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했다.
이 위원은 글로벌 OTT 탈 의존을 위해 국내도 IP 주권을 위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권호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한국은 드라마 중심 시장에 머물러 있어 IP 생애주기가 짧고 활용 구조가 얕다”며 “반면 일본은 만화와 게임 중심의 원천 IP가 강력해 세계관 확장과 업데이트가 수십 년 단위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분석에 따르면 디즈니는 극장 영화라는 중심축을 기준으로 TV, 음악, 출판, 테마파크, 머천다이징으로 이어지는 확장 전략을 구축해 IP의 이윤율을 극대화한다.
닌텐도 역시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 벗어나 테마파크와 영화로 확장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포켓몬은 별도 회사가 IP를 관리하지만 지속적 업그레이드 전략으로 높은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이코닉스의 뽀로로가 꾸준한 업그레이드와 상품화로 장기 IP로 자리 잡았지만, 둘리는 스토리 노후화와 활용 부족으로 2020년 이후 인기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권 박사는 “글로벌 상위 IP 평균 수명이 39년이 넘는 반면 한국 방송 IP는 3.7년 수준”이라며 “지속 노출, 세계관 확장, 스토리 업데이트가 부족한 구조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OTT 시대의 제작비 급등과 글로벌 플랫폼 의존으로 인한 구조적 리스크가 커진 지금, 한국 콘텐츠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기 흥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장기 생애주기를 갖춘 IP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콘텐츠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 위원은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은 입증됐지만, 지금처럼 플랫폼 리스크와 비용 구조에 끌려다니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박사는 “IP는 원작의 힘과 지속 업그레이드가 생명”이라며 “한국도 드라마 중심 제작 관행을 넘어 강력한 원천 IP와 체계적 확장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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