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에서 달마새우로 불리는 대롱수염새우. / '마초TV' 유튜브
새벽 1시 전남 여수시의 한 수산물 경매장. 어둠 속에서 경매를 준비하는 상인들 사이로 붉은 빛깔의 특별한 새우가 모습을 드러낸다. 표준명 '대롱수염새우', 여수에서는 '달마새우'로 불리는 새우다. 이름마저 생소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바다의 별미로 꼽길 주저하지 않는 진미다.
‘마초TV’ 유튜브 채널이 최근 여수 중앙선어시장을 찾아 달마새우 경매 현장을 취재했다. 9월부터 초겨울까지만 잡히는 이 새우는 거문도 인근 해역에서 주로 나오며, 새우조망으로 조업한다. 촬영 당시인 11월에는 조업이 한동안 중단돼 소량만 시장에 들어온 상태였다.
전남 여수시에서 달마새우로 불리는 대롱수염새우. / '마초TV' 유튜브
달마새우는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다른 새우와 달리 껍질이 얇고 뿔이 매우 짧다. 특이하게도 대롱처럼 생긴 더듬이가 발달했다. 익히지 않았을 때도 익힌 것처럼 붉은빛인 것도 특징이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알이 가득 차 있으며, 식감은 부드럽고 쫄깃하며 기름기가 살짝 있어 고소한 맛이 난다. 크기는 최대 20cm 정도로 자라며, 평균 길이는 약 10~15cm다.
유명 수산물 전문가인 유튜버 김지민은 과거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서 달마새우에 대해 상세히 소개한 바 있다. 그는 "꽃게, 홍게, 대하 등 가을엔 유난히 맛이 좋은 갑각류가 많다"며 "달마새우는 아직 대중성과 인지도가 낮지만 맛을 아는 지역민들이 알음알음 찾아먹는 제철 새우"라고 평가했다.
김지민은 달마새우의 맛에 대해 "회로 먹었을 때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나 푸딩 맛이 나고, 튀기면 고소한 달걀노른자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더듬이의 바깥채찍과 안채찍을 이용해 대롱 모양의 호흡관을 만들어 진흙에 파고들어가 산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생태적 특성도 소개했다.
단새우와 비슷해 보이지만 생물학적 분류는 다르다. 단새우는 포란된 알을 배 바깥으로 내밀어 다리 사이로 품기에 쉬림프에 해당하는 데 반해 달마새우는 생식소와 알을 등 안쪽에 저장해두는 형태이므로 대하와 같은 프라운에 해당한다고 김지민은 밝혔다.
전남 여수시에서 달마새우로 불리는 대롱수염새우. / '마초TV' 유튜브
김지민에 따르면 달마새우의 생식소는 산란을 앞둔 가을에 절정을 맺는다. 지역과 시기에 따라 초겨울쯤 산란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보통 9~11월 사이에 잡힌 것일수록 노란 생식소가 가득 찼을 확률이 높다. 이를 날로 먹을 경우 특유의 커스터드 크림 풍미가 나며, 익혀 먹으면 크림의 풍미는 약해지고 고소함이 더해진다는 설명이다.
달마새우의 가장 큰 단점은 선도 유지의 어려움이다. 각류에 있는 해모시아닌이라는 혈액 성분이 산소와 만나면 산화하면서 머리와 꼬리가 검게 변한다. 고등어처럼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부터 부패가 시작하기에 유통 시에는 대부분 머리를 제거한 상태로 판매된다.
경매 현장에서 달마새우는 한 마리당 1000원에 거래됐다. 시즌 끝물이라 물량이 적어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고 한다. 과거에는 거문도에서 이 새우를 잡는 허가받은 배가 다섯 척뿐이었다고 한다.
일부 네티즌에 따르면 김지민이 맛있고 가성비 좋은 새우라고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타 가격이 많이 올랐다.
김지민은 조리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단새우와 비슷하게 신선한 것은 회나 새우장으로, 그 외엔 구이, 튀김, 조림, 탕거리 등 다양하게 이용된다"며 "김이나 감태, 초밥과도 잘 어울리며 성게알, 연어알 등과 곁들이면 최상의 궁합"이라고 했다. 특히 "단새우와 달리 익혀도 심하게 쪼그라들지 않아 활용도가 높은 새우"라고 강조했다.
전남 여수시에서 달마새우로 불리는 대롱수염새우. / '마초TV' 유튜브
달마새우는 회로 먹을 때 가장 맛있다. 껍질이 잘 까지고, 머리에는 알이 가득해 고소한 맛이 난다. 튀김으로 조리하면 바삭한 식감과 함께 부드러운 속살을 즐길 수 있다. 라면에 넣어 먹어도 새우의 담백한 맛이 국물에 잘 어울린다.
여수는 달마새우의 최대 생산지다.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나온다. 주산지는 거문도와 백도를 비롯해 남해 먼바다, 여수, 제주도 인근 해상이다.
김지민은 "어획량이 증가하는 가을에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고, 제철이 아닌 경우엔 냉동으로도 판매된다"며 "횟감으로 고를 때는 당일 조업된 생물이 가장 좋고, 다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급랭"이라고 조언했다.
선도 좋은 달마새우를 고르려면 머리와 꼬리가 검지 않고, 내장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의 새우는 현지가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 아이스박스에 보관하더라도 하루만 지나면 머리가 검게 변하기 시작한다.
여수 중앙선어시장은 오전 1시에 경매가 이뤄진다. 달마새우 외에도 병어, 삼치, 고등어, 꽃게 등 다양한 수산물이 거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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