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 | 현재 지방 소도시가 직면한 큰 위협 중 하나는 인구 감소와 지역 공동체의 약화다. 특히 청년층의 이탈은 지역의 경제·문화·교육 생태계 전반을 흔들며, 지역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대안이 바로 시민이 함께 만드는 시민구단이다. 시민구단은 단순한 스포츠팀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공동체를 재결속시키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첫째, 시민구단은 지역을 하나로 묶는 공공 자산이다. 프로 구단이나 기업 구단이 특정 이해관계에 의해 운영된다면 시민구단은 시민의 의지와 참여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팬과 지역민이 단순 소비자가 아닌 ‘주인’으로 참여함으로써 구단은 지속 가능한 지지를 확보한다. 지역민들은 응원과 참여를 통해 공동체 소속감을 재확인한다. 이러한 구조는 스포츠를 매개로 한 지역 자긍심 고취로 이어져, 지역에 대한 애착과 생활 기반 정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둘째, 시민구단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강력한 촉매제다. 프로스포츠 경기 한번이 만들어내는 소비와 유동 인구는 생각보다 크다. 음식점, 카페, 숙박업, 교통 등 지역 상권의 매출 상승은 물론, 경기장 주변의 문화, 관광 연계 콘텐츠까지 확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홈경기 운영은 지역 기업, 소상공인에게 광고, 스폰서십, 홍보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스포츠 산업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구단의 지속적인 활동은 비수기 없는 지역 경제 ‘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는 인구 소멸 위기 지역에 무엇보다 필요한 생명력이다.
셋째, 시민구단은 미래 세대에게 꿈과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유소년 선수들은 더 이상 ‘서울로 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 지역 내에서 프로 무대를 꿈꾸고, 홈구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를 보며 동기부여를 얻는다. 또한 구단은 단순히 선수 양성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 마케팅, 영상, 콘텐츠, 행사 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지역 청년 생태계 형성은 장기적 지역 경쟁력과 직결된다.
넷째, 시민구단은 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 지자체는 행정적 지원을 통해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은 조합원, 후원회원, 자원봉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함으로써 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인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 운영을 넘어 지역 정책의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 목적을 위해 협력하는 구조는 다른 문화, 복지, 교육 분야에서도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져온다.
결국 시민구단은 단순한 축구팀이나 야구팀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회적 투자’이자 ‘희망의 플랫폼’이다. 스포츠는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이 모이면 지역의 에너지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시민구단은 그 변화를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크게 일으킬 수 있는 촉매제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리고 지역이 살아나는 시작점에는 늘 시민이 함께 만든 구단의 깃발이 있다.
지금이 바로 시민구단을 통해 지역의 내일을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문성환 SH스포츠에이전시 대표, KBS스포츠예술과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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