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플러스] 천년의 꿈을 깨우는 한국적 서사, 뮤지컬 '몽유도원' 도전과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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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플러스] 천년의 꿈을 깨우는 한국적 서사, 뮤지컬 '몽유도원' 도전과 비전

뉴스컬처 2025-12-04 21:04:2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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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2026년 한국 공연예술계는 다시 한 번 깊고 잔잔한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에이콤이 ‘명성황후’와 ‘영웅’에 이어 선보이는 새로운 창작 뮤지컬 ‘몽유도원’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한국적 미학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세계 시장을 정조준한 이 작품은 오는 1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첫 선을 보이고, 이어 4월 샤롯데씨어터로 무대를 넓힌다. 이는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진다.

‘몽유도원’은 최인호의 소설 '몽유도원도'를 바탕으로 삼국사기 ‘도미전’ 설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도미와 아랑,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백제 왕 여경의 복합적인 욕망과 고뇌가 현실과 꿈,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설화의 시공간을 차용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흐르는 정서는 오늘날의 관객에게도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욕망과 신념, 사랑과 권력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시대를 초월하며, 관객은 오래된 서사 속에서 자신을 비춘다.

뮤지컬 '몽유도원' 포스터. 사진=에이콤
뮤지컬 '몽유도원' 포스터. 사진=에이콤

무대 연출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윤호진 연출이 구축한 세계는 화려한 재현보다 절제된 상징의 힘에 집중한다. 조명과 영상, 무대 장치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여백과 농담(濃淡)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수묵화적 무대는 기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도 과시하지 않는다. 프로젝션 매핑과 LED가 수묵의 번짐과 여운을 따라 움직일 때, 관객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 속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한다. 탁영환 작가의 수묵 애니메이션이 무대를 한 폭의 산수화처럼 변화시키는 순간, 이는 한국적 미학을 무대 위에 새로 번역하는 실험이 된다.

한국적 미학을 현대적 장치로 확장해낸 시도는 무대 위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전통과 현대, 서사와 미학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조화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순간, 관객은 한국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목격한다.

음악은 작품의 정서를 구체화하는 핵심 장치다. 오상준 작곡가는 동양적 선과 현대적 구조를 결합한 27곡의 넘버를 창조했고, 김문정 음악감독은 이를 섬세하게 직조하며 생명력을 부여했다.

서양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음향 속에 국악기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순간, ‘한국적인 것’은 소재를 넘어 감각의 층위에서 실현된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사와 감정을 이끄는 또 하나의 서사로 기능한다.

출연진 또한 작품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여경 역의 민우혁과 김주택은 서로 다른 결의 존재감으로 왕의 내면을 파고들며, 아랑 역의 하윤주와 유리아는 신비와 강인함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구현한다.

도미 역의 이충주와 김성식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적 고민과 사랑의 진실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이들의 목소리와 감정은 무대와 음악이 만든 세계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작품의 정서를 완성한다.

여경의 충직한 신하 향실과 마을의 정신적 지주 비아, 백제 귀족 해수와 진림 등 조연들의 배치 역시 극의 균형을 잡는다. 극적 긴장과 유머, 서사의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하며, 각 인물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의 주체로 기능한다.

국립극장과 샤롯데씨어터를 잇는 공연 일정은 작품의 완성도와 야심을 동시에 보여준다. 한국적 미학이라는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면서, 그 표현 방식은 세계 어느 무대와도 견줄 수 있는 현대성을 갖추었다.

제작사가 밝힌 브로드웨이 진출 계획은 지금 한국 창작뮤지컬이 가진 가능성을 현실화하려는 흐름처럼 보인다. 작품의 정체성과 기술적 완성도가 글로벌 무대에게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수묵화의 여백처럼 절제된 선 하나가 더 깊은 울림을 남기듯, 2026년 우리는 또 하나의 한국적 세계관이 세계 무대를 향해 조용히 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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