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이 47조 원 규모로 커지며 식품업계의 유통 전략도 전환점을 맞았다. 그동안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 중심 성장에 올라탔던 기업들은 수수료 부담, 수익 구조 저하, 외부 변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D2C(Direct to Consumer) 채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몰과 자사 앱을 기반으로 한 멤버십 적립, 전용 할인, 무료배송, 새벽배송 등 혜택을 재설계해 소비자를 묶어두는 ‘락인(Lock-in)’ 전략을 전면화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 성장했으며,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18.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CJ제일제당은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인 D2C 구조를 적용해 절감된 마진을 멤버십 적립금과 전용 프로모션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는 가격 경쟁이 아닌 ‘혜택 재설계’로 책임을 전환한 전형적인 전략이다. 회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2월 기준 CJ더마켓 누적 회원 수는 429만 명으로, 전년 대비 약 7.5% 증가했다.
CJ더마켓은 지난 2019년 기존에 운영하던 자사몰인 ‘CJ온마트’를 개편해 선보인 자사몰로, 식품사 중 처음으로 익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hy의 ‘프레딧’도 회원 기반 배송 정책으로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hy는 낱개 1개만 주문해도 무료배송이 가능한 정책을 적용해 1인 가구 유입률을 높였다. 지난 10월 기준 프레딧 회원 수는 약 250만 명으로, 신선식 택배 유입 고객 비중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풀무원 역시 냉장·냉동 자사 식품을 대상으로 다음날 도착을 보장하는 구조를 새벽 물류망으로 제공하고 있다.
배송 지표의 주도권도 플랫폼에서 제조사로 넘어오는 흐름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배송 속도와 정확도를 평가할 때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이 정한 기준(SLA·배송 약속 시간)이 업계의 성과 점검 잣대처럼 쓰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품사들이 자체몰에서 제시한 배송 약속을 본사가 직접 지켜내는 능력이 핵심 성과지표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불거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부터 식품 업체들의 자사몰 강화 움직임은 지속돼 왔다. 단순 입점 위주의 유통 구조와 높은 수수료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식품업계의 자사몰 강화는 가격 출혈 경쟁이 아니라 ▲고객 데이터 ▲물류 속도 ▲혜택 설계의 3축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유통 본부가 플랫폼에서 종속된 공급자 지위를 벗어나 고객 운영 주도권을 회귀시키려는 경쟁이 시작됐다”며 “자체몰의 재구매 데이터가 플랫폼 노출 지표보다 강한 의사결정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