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인공지능(AI) 관련 인프라와 반도체에 집중 투자하며 장기 성장성에 베팅하고 있다. 연기금 관심 종목에 대한 추종 매수의 경우 그간 유효한 전략으로 관심을 받아온 만큼,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월 3일 이후 이날까지 한 달간 연기금은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를 710억1000만원, 'RISE AI반도체TOP10'을 595억2600만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두 ETF는 각각 AI 전력 인프라와 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는 지난 6월 말 상장된 ETF로, iSelect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내 핵심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 구성된다. 상위 종목은 Constellation Energy(14.6%), Arista Networks(14.4%) 등이다.
'KB RISE AI반도체TOP10' ETF는 FnGuide AI반도체TOP10 지수를 기반으로 국내 AI 반도체 상위 1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단일 종목 편입 비중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분기마다 리밸런싱을 실시해 시장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30%를 차지한다.
연기금이 이들 ETF를 집중 매수한 배경에는 AI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 성장 기대가 자리한다. AI 투자 경쟁으로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이어 구글이 '텐서처리장치'(TPU)로 AI 칩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들 모두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필요한 만큼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수혜가 기대된다.
전력 인프라 역시 긍정적이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5년 전력 인프라 기업들이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성공했다"며 "2026년에는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서 현재의 높은 밸류 논란이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AIDC)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전력 이중화, 온사이트 발전 확대, 직류 시스템 전환 등 전력 인프라 고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저압·초고압 전력기기 수요가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분야 투자 역시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11월 기준 AP1000 원전 8~10기 건설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대형 원전 10기 착공을 목표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어, 2026년부터 건설 및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를 통한 연기금의 전략적 포트폴리오 조정은 단기 수익보다는 중장기 성장성을 중시한 선택"이라며 "AI와 전력, 반도체라는 핵심 축에 대한 투자 확대는 향후 산업 트렌드를 반영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모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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