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쿠팡 '초고속 성장' 부작용 '정보 유출'…"근본적 탈바꿈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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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쿠팡 '초고속 성장' 부작용 '정보 유출'…"근본적 탈바꿈 계기로"

비즈니스플러스 2025-12-04 15:57: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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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배송 차량 / 사진=연합뉴스
쿠팡 배송 차량 / 사진=연합뉴스

'배송혁신'으로 단숨에 '한국의 아마존'에 올라선 쿠팡은 고속 성장 투자에만 치중한 나머지 보안·노동·지배구조 허점은 등한시한 것이 이번 정보유출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기 소셜커머스 모델로 시작한 쿠팡은 경쟁사와의 차별적 배송 서비스에 집중하며 플랫폼 및 풀필먼트 역량을 강화해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플랫폼·풀필먼트에 집중된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은 한번에 '빛'에서 '어둠'으로 급전직하하는 태세 전환을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글로벌 상위 5개국 중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관련 소매 매출액은 가장 낮아,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사고의 여파를 한국 유통 산업과 쿠팡의 기형적인 구조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글로벌 소매 전자상거래 시장의 상위 5개국의 전자상거래 보급률 1위는 45.3%의 중국이다. 이어 영국이 35.9%로 2위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한국이 30.1%로 3위에 올랐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5%, 12.9%로 10%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에 소매 전자상거래 매출액 기준으로는 한국이 가장 적다. 중국이 3조670억2400만달러로 1위이고 미국이 1조1990억4800만달러로 뒤를 이었다. 영국(2200억2200만달러), 일본(1680억7800만달러)에 이어, 한국이 1360억7000만달러로 최소 규모로 집계됐다.

전자상거래 보급률과 소매 매출액 모두 가장 높은 곳은 중국이고, 보급률은 낮지만 매출은 많은 곳은 미국이다. 반면에 한국은 보급률은 높은 수준인데 매출은 가장 낮아 향후 성장 여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빠른 인터넷 환경과 쿠팡·네이버·SSG의 치열한 배송 경쟁, 작은 국토면적에서 가능한 당일배송 시스템, 소비자의 높은 온라인 구매 성향 등이 한국의 전자상거래 보급률을 높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디지털과 리테일(소매) 서비스가 융합한 퀵커머스와 풀필먼트 플랫폼의 확장, 구독·정기배송, 이커머스 기반 지불결제 확대 등이 보편화되면, '소매+테크' 기반의 수요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적은 인구 수와 작은 국토 면적을 두고 업체들 간 출혈경쟁이 이뤄지고 수익성 저하를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 모두 적자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배송 속도 경쟁으로 물류비 구조가 높고 인구 구조로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성장 잠재력만큼 이익이 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번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도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취약한 우리나라 유통 산업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초단기간에 성장한 쿠팡은 이번 사태로 최악의 경우 조 단위 과징금과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철퇴를 맞을 위기에까지 몰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위기가 지난 10여년간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 규제와 플랫폼 지배력 확대, 고속 성장 이면의 허술한 기업 거버넌스 등 구조적 문제가 중첩된 결과라고 바라보고 있다.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과도한 플랫폼 의존, 전통 유통 규제의 비대칭성 등 구조적 문제가 3370만명의 정보 유출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는 토양을 제공한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대형마트 규제의 역설…"정부 규제 실패 짚어야"

대형마트에 대한 정부 규제는 지역 상권과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지만, 오히려 쿠팡이 공격적으로 물류·배송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유통산업발전법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심야영업 제한 등을 강제한 것이 오히려 쿠팡의 반사이익을 불러온 셈이다.

대기업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수록 소비자는 지역 상권 대신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그 혜택을 본 게 바로 쿠팡이다.

이때 커진 시장 지배력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로켓배송과 멤버십 기반 결제 시스템,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여러 가지 서비스의 계정 정보와 결제 수단이 한 데 묶여있는데, 이번 사태로 한꺼번에 유출될 위기에 처해 이용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 한국 쿠팡은 '돈 버는 운영조직'…"이중구조로 책임 회피 가능"

쿠팡의 기업 구조는 늘 도마 위에 오른다. 매출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고 있지만, 지배회사인 쿠팡Inc는 미국에 법인을 두고 뉴욕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박대준 대표가 맡은 한국 법인은 '운영 조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을 다른 국가에 두고 대부분 영업을 한국에서만 하는 형태는 쿠팡 외에는 없다.

쿠팡이 뭇매를 맞고 있지만, 사실상의 경영자인 김범석 의장이 이번 개인정보 유출이나 근로자 사망 등 숱한 사고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다.

실제 새벽배송 노동환경이나 배송기사 사망 사건 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영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쿠팡만의 독특한 특성"이라며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인 것도 법적인 책임을 회피할 빌미로 이용하는 등 사각지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명균 호서대 교수는 "(이중구조는) 해외법인 등 복잡한 사업 구조로 인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고객 정보관리 부실과 부적절한 초기 대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노우에 아키히로 일본 게이오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지속가능성 2025'에 게재한 논문에서 쿠팡과 라쿠텐을 비교하면서 "라쿠텐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AI 윤리 강령 및 AI 거버넌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포함한 개인 및 기밀정보의 보호와 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이해관계자에게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견고한 거버넌스를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1997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설립된 라쿠텐은 일본 내 1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일본 인구의 약 80%가 라쿠텐을 이용한다. 그러나 라쿠텐은 로켓배송으로 전국에 로켓배송 물류망을 직접 구축한 쿠팡과 달리, 개별 판매자에게 배송을 위탁하는 전통적인 오픈마켓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판매자들은 일본 국영기업이 일본 우정의 배송 네트워크에 의존하므로, 라쿠텐은 물류·주문 처리 시설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국영기업인 일본 우정이 총괄하므로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현저히 적다.

쿠팡 김범석 의장 / 사진=연합뉴스
쿠팡 김범석 의장 / 사진=연합뉴스

◇ 한국형 과속 경쟁에 열 올리고 보안·노동·지배구조는 '후순위'

한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속도와 가격 경쟁이 최우선인 특유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의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는 국내 소비자의 수요와도 맞닿아 있다.

쿠팡이 지난 10년간 6조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며 수도권은 물론 제주까지 이른바 '쿠세권'을 구축하고, 신선 식품의 무료 새벽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한 것이다.

이 같은 투자 비용 압박에 노동·안전·보안 시스템은 성장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고사하고 매우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택배 노동자들이 모인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은 "수익은 매년 늘면서 배송 단가는 매해 떨어진다"며 "단가가 낮아져도 대체할 인원이 많고, 최소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창구도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 허술한 내부통제…"정부 디지털 규제는 무용지물"

쿠팡은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정보기술(IT) 담당 내부 직원에 대한 관리도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쿠팡의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관리가 부실했다.

유출 용의자로 지목되는 중국 국적자의 전직 직원이 이를 악용해 수개월 동안 정보를 빼내는데도 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만큼 관리가 취약했다.

대규모 개인 정보를 단일 계정 기반 서비스 통해 운영하는 쿠팡이 API 거버넌스를 특별 관리했어야 하지만, 조직이 성장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한 기업 전문가는 "쿠팡이 성장에 집중한 나머지 윤리 경영 같은 기업 문화가 부족했고 위기관리 등 시스템도 부재했다"며 "현재 쿠팡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고성장으로 인한 후유증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P)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쿠팡뿐만 아니라 카카오, 인터파크 등 ISMS-P를 받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해킹당했기 때문이다.

또한 KISA의 쿠팡 건 대응에 있어, 고객보다 플랫폼 편의를 우선시하며 강제력 없는 권고 중심의 대응을 반복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독 쿠팡에 대해서는 KISA의 직접 조사보다는 쿠팡의 자체 보고를 토대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쿠팡이 사실상 '보안 셀프 규제'인 상태가 아니냐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심사원들이 방문하는 며칠 동안만 보안 시스템을 켜두고 규정을 지키는 척한다"며 "심사가 끝나면 개발 편의를 위해 방화벽을 내리거나 망 분리를 해제해 심사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온라인 공룡들 잇따라 곤경…"다음 차례는 누구"

한편 1996년 6월 한국 최초의 온라인 쇼핑 업체로 출범한 인터파크가 올해 5월 20일 법원에서 파산을 선고받고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한국 온라인 쇼핑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지난 1일 인터파크커머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공고했다. 인터파크쇼핑과 AK몰 등을 운영하는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티몬·위메프)와 마찬가지로 큐텐그룹 계열사다. 작년 7월쯤 티메프가 판매 대금을 제때 정산하지 못해 대규모 환불 대란 사태가 일어나자 그 여파로 인터파크커머스 판매자와 고객도 이탈해 자금난을 겪게 됐다. 이에 지난 8월 법원에 회생 개시와 자율 구조조정 프로그램(ARS)을 신청했고 11월 회생절차가 개시됐으나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내려지면 재판부는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할 수 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0일 위메프에 파산을 선고했다. 다만 티몬은 최근 신선 식품 새벽 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에 인수된 후 채권 대부분을 변제하고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의 잇따른 위기는 '직매입+물류통합'이라는 경쟁사 쿠팡 사업모델의 효율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며 "그러나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인해 쿠팡의 독점적인 지위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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