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규모가 외형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실제 생활 여건은 오히려 위축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평균 자산은 증가했으나 소득 증가율은 제자리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금융부채 부담이 빠르게 커지면서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국가데이터처가 금융감독원·한국은행과 공동으로 조사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은 5억6,678만 원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전체 자산 중 금융자산은 1억3,690만 원(24.2%), 실물자산은 4억2,988만 원(75.8%)을 차지해 자산 증가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이끌었다. 가구당 평균 부채는 9,534만 원으로 4.4% 늘었으며, 순자산은 4억7,144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가구의 연간 평균소득은 7,427만 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고 처분가능소득은 6,032만 원으로 2.9% 늘었다. 근로소득이 전체 소득의 63.9%, 사업소득이 17.5%를 차지했으며, 소득 증가에는 재산소득 비중이 8.3%로 전년 대비 0.5%포인트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생활 여건을 좌우하는 금융부채 부담은 커지고 있다. 가구의 금융부채는 6,795만 원으로 2.4% 증가했고,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64.3%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격차도 더 벌어졌다. 순자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625로 전년 대비 0.014 상승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불평등 지표 역시 악화했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을 비교한 소득 5분위 배율은 5.78배로 0.06배포인트 증가했고 상대적 빈곤율도 15.3%로 0.4%포인트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가구당 평균 자산 8억3,649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이어 세종(7억5,211만 원), 경기(6억8,716만 원) 순이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서울을 앞섰던 세종은 1년 만에 다시 2위로 내려왔다. 반면 전남(3억6,754만 원)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여유자금 운용 방식에서는 '저축·금융자산 투자'가 56.3%로 가장 선호됐고, 부동산 구입(20.4%), 부채 상환(19.6%)이 뒤를 이었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예금이 87.3%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주식은 9.6%에 그쳤다. 이는 가계가 위험자산보다는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주택 가격 전망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6.7%가 "변화 없을 것"이라고 답했고, "상승할 것"은 17.5%, "하락할 것"은 14.6%였다. 소득이 늘거나 여유자금이 생길 경우 부동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가구주는 46.1%로 조사됐는데, 이는 1년 전보다 3.4%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분위기를 반영한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자산 증가가 생활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부채 부담과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실질 소득 제고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정책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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