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로 불리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국 김 산업. 하지만 화려한 수출 실적 뒤에는 ‘굴 패각(껍데기)’ 처리라는 해묵은 과제가 도사리고 있다. 김 종자를 배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 온 굴 패각이 환경 오염과 수급 불안을 야기해왔기 때문이다. 이 오래된 난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있다. 스마트 수산양식 기술기업 슈니테크다.
슈니테크가 지난달 25일 개최된 ‘2025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성장 사업화(제조) 분과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 아이템은 ‘탄소 저감형 친환경 김 종자 배양필름’이다. 심사 과정에서 단순한 아이디어를 넘어, 실제 어촌 현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양식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굴 패각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국내산 패각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매년 막대한 물류비를 들여 해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거운 굴 껍데기를 일일이 엮어 바다에 띄우는 작업은 고령화된 어촌 인력에게 상당한 육체적 부담을 준다. 사용 후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환경 오염, 탄소 배출 또한 업계가 짊어져야 할 부채였다.
슈니테크가 내놓은 해법은 ‘소재의 전환’이다. 이들이 개발한 배양필름은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했다. 바다나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기에 폐기물 처리 비용과 환경 부담을 동시에 덜어낸다.
눈여겨볼 대목은 생산 효율성이다. 울퉁불퉁한 굴 패각과 달리 필름은 표면이 균일하다. 김 종자가 고르게 부착될 수 있어 배양 성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현장 반응도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기존 패각 대비 무게가 확연히 가벼워,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양식 어가들의 작업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상은 슈니테크의 기술이 단순히 실험실 수준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사업성을 갖췄음을 입증한 계기가 됐다. 회사 측은 창업 초기부터 굴 패각의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으며, 이번 대회를 통해 그 방향성을 검증받았다고 자평했다.
관건은 보급 속도와 글로벌 확장성이다. 슈니테크는 국내 양식장 보급을 서두르는 한편, 시야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 김 소비와 생산이 활발한 중국과 일본이 주 타깃이다. 다만 국가별로 해양 환경과 양식 방식에 미세한 차이가 있는 만큼, 현지 실증사업(PoC)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하고 맞춤형 제품을 내놓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전통적인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던 김 양식업이 소재 기술과 만나 ‘스마트 양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슈니테크의 친환경 필름이 수십 년간 이어진 ‘굴 패각 양식’의 관행을 깨고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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