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신은 자연현상과 동식물까지 숭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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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신은 자연현상과 동식물까지 숭배대상

뉴스컬처 2025-12-04 11:15: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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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병일 칼럼니스트]

일본 신사에는 풍우같은 자연현상은 물론 동식물이나 후지산 도 숭배대상이 됐다. 사진은 시즈오카에서 본 후지산
일본 신사에는 풍우같은 자연현상은 물론 동식물이나 후지산 도 숭배대상이 됐다. 사진은 시즈오카에서 본 후지산

일본 신사에 모셔진 신들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느님과는 확연하게 다르다. 신사전문가인 아베 마사미치(阿部正路) 쿠니쿠인(國學院)대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산하(山河)나 풍우(風雨)와 같은 자연현상에도 모든 동식물처럼 생명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森羅萬象)에도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신토의 기본적인 신관”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교수는 더 나아가 신사의 신은 기능신과 수호신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기능신은 인간의 다양한 생활기능을 담당하는 신으로 그 안에는 농업·수렵·어업·상업·공업·항해·혼인·출산·역병·의약·죽음·전쟁·문화·운명신이 있다. 수호신은 개인의 수호신으로부터 씨족·마을·민족·국가 수호신 등 공동체 곳곳에 스며 있다.

아베 교수의 말처럼 신사에서 받들고 있는 신은 대단히 다양하다.

자연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정령주의 종교답게 후지산 등의 이름난 산과 숲, 폭포, 바위 등을 신격화한 경우가 많다. 후지산을 모시는 시즈오카의 센겐신사, 아사마 신사가 대표적이다. 높이 45m 정도의 큰 바위를 모시는 신사도 있다. 미에현 무마노시에 있는 하나노이와야신사(花の窟神社)인데 신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바위 정상에 줄을 둘러 밧줄을 걸친 후 제사를 지낸다.

신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신앙하는 신은 조상신이다. 사실 일본인들은 신사를 참배할 때 자기가 지금 예배드리는 대상이 어떤 신인지 그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요한 것은 신이 현실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복덕을 가져다주느냐에 있지 그 신의 이름이나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일본인들이다.

그러니 신의 이미지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신토는 신이라는 관념적인 존재를 믿지만 대단히 현세적인 종교다. 지금 현재 즐겁고 감사하게 살면 되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담당하는 종교는 불교다.

일본인들이 정월이나 주요명절, 성인식, 결혼식을 신사에서 치르지만 장례식은 신토에서 치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례식은 여하한 경우에도 절에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도의 신은 실상 인간과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 사후 혹은 드물게 생전에도 신으로 숭배된다. 교토의 토요쿠니 신사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을 침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받들고 있다. 도쿄의 메이지 신궁은 일본의 122대 천황인 메이지를 모신 신사다. 일본 제국주의와 일왕(천황)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자들이 각각 신이 되어 제사를 지내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제국주의적 야욕과 종교이념이 잘못 결합한 경우다.

신토에서는 특별히 신통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면 대부분 깊은 원한을 가진 인물이 신이 되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난다. 일종의 원귀가 신이 되는 으스스한 스토리는 일본인들만의 독특한 정신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흥행했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는 원령이 신토의 신이 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작품이다. 원령공주 ‘산’은 숲을 파괴하는 인간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다. 영화 말미에 원령공주 산이 끝내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어서 숲으로 가는 것은 신사의 신이 되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본인들이 입시 철에 즐겨 찾는 기타노 신사(기타노 텐만구)의 주제 신이 바로 스가와라노 미치자네(845~903)라는 원령신이다. 미치자네는 관료나 학자로서 대업을 쌓은 것도 아닌데 오늘날까지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후 재앙을 가져오는 원령으로 위력을 떨쳤기 때문이다. 그가 사망한 이후 교토에서는 홍수와 역병이 창궐했다. 황실가에서도 의문의 죽음이 발생하자 947년 무녀 다지히노 아야코가 기타노에 사당을 건립하고 미치자네를 천신으로 모셨다고 한다.

뉴스컬처 최병일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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