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구형 비만약의 본격 상용화를 앞두고 비만치료의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주사제에서 알약으로 복용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제약업계의 관련 약품 출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기존 위고비·마운자로와 같은 주사제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경구(알약) 제품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구형은 주사제 대비 복약 편의성이 높고 생산 단가가 낮아 대량 공급에 유리하며 기술수출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만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알약 형태의 경구형 비만약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게 업계의 기대다.
글로벌 제약사 중 일라이 릴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 GLP-1 치료제 '오포글리프론'과 마운자로 고용량 제품(12.5㎎·15㎎)도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를 예고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경구 세마글루타이드 25㎎과 위고비 7.2㎎ 고용량 제형의 신속 심사를 받으며 국내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에서 최대 30%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며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도 4중 타깃 기반 경구 비만약 후보물질 'CT-G32'를 공개했다. 최소 25% 이상의 체중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존 치료제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근손실 부작용 억제에 강점이 있다는 게 셀트리온의 평가다.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경구 GLP-1 성과를 낸 곳은 일동제약 자회사 유노비아다. 저분자 경구 GLP-1 후보 'ID110521156'은 한국에서 임상 1상을 완료했으며 4주 반복 투여시험에서 최대 13.8% 체중 감소라는 우수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약물 지속시간이 18시간 이상 유지돼 하루 1회 복용이 가능하고 제조 효율이 높아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종근당 역시 경구 GLP-1 후보 'CKD-514'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기업 릴리가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보다 적은 용량에서도 의미 있는 체중 감소와 혈당 강하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후속 파이프라인도 글로벌 후보물질과 동등 이상의 대사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대원제약·휴젤 등은 마이크로니들 기반 패치형 GLP-1 기술을 확보하며 새로운 투약 방식을 겨냥하고 있다. 케어젠의 경우 경구 펩타이드 '코글루타이드'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 과제도 남아 있다. 이미 위고비 등의 글로벌 제품이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새로 진입하는 경구 비만약은 효능·안전성·복용 편의성 면에서 뚜렷한 차별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임상 3상까지의 비용 부담 역시 국내 기업들이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파트너십 확보가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사제 시대가 끝나고 경구 인크레틴 경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K-바이오가 글로벌시장과 거의 동시에 출발한 것은 매우 드문 기회"라며 "비만약이 비타민처럼 일상화되는 시점에 한국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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