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에 미식이 없는 도시가 어디 있겠냐마는, 홍콩의 미식은 전부터 보법이 달랐다. 면적에 비해 인구밀도가 높고, 과거 영국령으로 유럽과 동아시아가 만나는 관문이자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오랫동안 수행한 덕분에 홍콩은 여느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일찍이 글로벌한 도시국가로 성장했다. 자연스레 세계의 식문화가 이 작은 섬 안에 집약적으로 자리 잡았고, 미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 이를테면 홍콩 센트럴의 한 골목에는 ‘SNS에서 핫한 카페’, ‘미슐랭 스타 맛집’, ‘세계 1위 바’가 줄지어 있다. 도보만으로 세계적인 맛집 투어가 가능하다는 점은 홍콩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그러니 홍콩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세계 10대 미식 축제인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이 열리는 10월에 방문하자.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국제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이 미식 축제는 세계 미식과 스타 셰프들의 야심 찬 신메뉴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올해는 ‘그랜드 와인 파빌리온’과 ‘테이스팅 룸’ 2가지 메인 존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 존을 운영한다. 그랜드 와인 파빌리온에서는 제임스 서클링 같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들이 엄선한 와인을 소개하며, 차세대 메이커 와인부터 소장 가치 높은 빈티지 와인까지 폭넓게 시음해볼 수 있다. 테이스팅 룸은 축제 기간에만 운영되는 특별한 레스토랑. 세계적인 셰프들이 협업해 만든 프리미엄 코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올해는 한국의 정지선 셰프와 런던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에이 웡(A Wong)’의 앤드류 웡 셰프, 베이징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차오샹차오(Chao Shang Chao)’의 청얏펑 셰프가 협업한 메뉴를 선보였다. 인파가 유난히 몰렸던 그랜드 하얏트 부스에선 각종 핑거 푸드를, 홍콩 디즈니랜드 부스에선 출시 예정인 캐릭터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고, 갈증이 날 때쯤엔 이탈리아 정통 젤라토 부스가 나타났다. 이렇게 발길이 닿는 대로 부스들을 방문하다 보면 어느새 세계 미식에 대한 견문이 한 뼘은 더 넓어질 것.
Tips for Festival | 페스티벌을 200% 즐기는 방법
❶ 부스에서 판매되는 술과 음식은 코인이 충전된 카드로 결제 가능하다(페스티벌 입장권과 코인을 패키지로 구매하자).
❷ 시음을 위한 와인잔을 배포하며 와인 부스마다 남은 와인을 버리는 버킷을 구비했다. 곳곳에 와인잔을 세척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돼 있다.
❸ 해가 지기 시작하면 야경과 행사장의 무대가 한눈에 보이는 스폿에 자리를 잡자. 곧 화려한 야경을 배경으로 불꽃놀이가 시작되니까.
Hong Kong Bar & Restaurant Hopping | 페스티벌과 함께 들르기 좋은 홍콩의 바&레스토랑
1 바 소시오(Bar Socio)
주변 상권에서 쓰고 버려지는 재료들을 이용해 제로웨이스트 칵테일을 만드는 바. 바나나 껍질, 굴 껍데기, 간장 등은 칵테일에 감칠맛을 더하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바 소시오는 이렇게 근처 상점들과 네트워크를 확장해가며 새로운 재료를 발굴하고, 이를 칵테일 레시피에 접목시킨다.
2 바 레오네(Bar Leone)
2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바’에서 1위를 수상했고, 2025년엔 ‘세계 50 베스트 바’ 1위까지 차지했다. 클래식 칵테일을 새롭게 재해석한 독창적인 메뉴를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올리브오일의 풍미가 은은하게 느껴지는 ‘올리브오일 사워’는 이곳의 인기 메뉴. 오이와 베르가모트 향이 진한 ‘허버트 하이볼’도 식사 후 입가심하기 좋다.
3 더들스(Duddell’s)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으로 딤섬과 퓨전 중식이 코스로 준비된다. 하늘, 땅, 물, 바람 등 중국 전통 풍수 개념인 ‘팔괘’를 테마로 한 칵테일 메뉴가 인상적이다. 이곳의 시그너처 칵테일인 ‘더 인피니트’는 스모그에 쌓인 듯한 신비로운 비주얼과 메즈칼의 스모키한 풍미가 눈과 입을 모두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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