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곽호준 기자 | 현대차·기아의 미국 실적이 판매량보다 ‘가격과 할인’이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로 판매가격 조정과 할인 확대의 선택지가 동시에 좁아지면서 가격 정책의 세밀한 운용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3일 금융업계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차량 한 대당 평균 판매가격을 1% 조정하면 약 1조원 규모의 매출 변동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량 가격을 1% 올릴 경우 현대차는 연간 약 5500억원, 기아는 약 48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양사 수치를 합치면 1조원에 가까운 규모다. 금융업계는 미국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의 가격 정책이 미세한 변화에도 실적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판촉비 축소도 손익 개선의 핵심 요소로 꼽혔다.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할인, 프로모션 등 판매 지원 규모를 대당 평균 100달러만 줄여도 현대차가 연간 약 1500억원, 기아는 약 1300억원의 손익 개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완성차 업체의 판촉은 현금 할인뿐 아니라 저금리 할부, 리스 조건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의 체감 가격을 낮추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는 판매를 늘리는 데 효과가 있지만 제조사가 부담하는 비용인 만큼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 될수록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종 구성 변화도 미국 수출 시장의 중요한 핵심 변수다. 현지에서 수요가 견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HEV) 등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이 높아질수록 평균 판매가격을 방어하기가 유리하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도 HEV는 공급 변수가 크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배터리와 전장 부품 등 핵심 부품 수급이 생산을 좌우하는 구조여서 정책 변수나 수요 변화에 따라 공급 제약이 발생할 경우 출고 지연으로 판매 흐름이 제약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EV 비중 확대 전략이 실적 방어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수요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 재고 관리의 중요성도 커졌다. 차량 재고가 늘수록 판매 촉진을 위한 가격 인하나 할인·금융지원 등 프로모션 확대가 불가피하다. 금융업계는 현대차·기아가 차종·트림별로 프로모션을 차등 적용해 판촉 비용을 통제하고 인기 라인업 중심으로 공급량을 조절해 할인 압력을 낮추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재고가 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판촉비 확대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아울러 현대차·기아의 미국 실적이 ▲경쟁사의 할인 공세 강도 ▲금리 흐름에 따른 할부·리스 수요 변화 ▲전기차 보조금·관세 등 정책 변수의 방향성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가격 조정 여력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경쟁사의 판촉 강도와 금리 수준이 소비자 구매 방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판촉비 투입과 수익성의 균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시장 여건에 따라 판매 방어 차원의 판촉 확대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이를 장기화하면 수익성에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기 판매와 이익 방어의 균형을 유지하는 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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