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쿠팡에서 3370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자금융 사기(피싱)와 문자결제 사기(스미싱) 등 2차 피해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바꾸려는 이용자들이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유니패스)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먹통’ 사태까지 빚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발 개인정보 유출 논란 이후 개인통관고유부호 변경 요청이 폭증하면서 관세청 시스템 접속 장애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연중 최대 해외직구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블프) 시즌을 앞두고 소비자 불안이 커지며 관련 문의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관세청은 전자통관시스템(유니패스)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현재 유니패스 이용량 증가 및 서버 처리 지연으로 일부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며 “서비스 안정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안내했다. 유니패스가 사실상 먹통이 된 배경에는 개인통관고유부호 재발급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해외직구 시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관세청이 발급하는 12자리 식별번호다. 이 번호가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기존에 노출된 개인정보와 함께 외부에 유출될 경우 스미싱·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거나, 최악의 경우 밀수품 수입에 개인 명의가 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 따르면 개인통관고유부호 재발급 건수는 지난달 30일 12만3302건, 이달 1일 29만8742건으로 집계됐다. 이틀간 재발급 건수만 올해 1~10월 전체 재발급 건수(11만1045건)의 4배를 넘어선 것이다.
일각에선 쿠팡의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쿠팡이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며 구체적인 피해 방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비정상 로그인 시도, 해외 결제 승인 알림이 이어졌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탈퇴 및 집단 소송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쿠팡 계정에 신용카드 등 결제수단을 연동해둔 소비자가 많다는 점도 불안을 키운다. 카드를 분실한 적이 없고, 쿠팡 사태 외에는 결제정보가 유출될 만한 다른 요인이 없는데도 해외 승인 시도가 여러 건 발생했다는 게시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 밖에 쿠팡을 사칭한 스미싱 문자, 스팸 전화가 하루에도 여러 건 온다는 피해 호소도 늘고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쿠팡의 ‘로켓직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미리 입력해둔 경우가 많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쿠팡에 등록된 개인통관고유부호까지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아직 물건을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번호를 변경해야 하는지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청은 해외직구 물품 배송 중 통관번호가 변경될 경우 신고 정보와 실제 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통관 지연이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잘못된 번호로 신고가 접수되면 관세청이 해당 업체에 정정 요청을 보내고, 소비자가 새 번호를 다시 제출해야 정상 통관이 가능하다. 그만큼 번호 변경이 소비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쿠팡은 현재까지 “개인통관고유부호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수사 및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유출 범위를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열린 쿠팡 현안질의에 참석한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피해가 확산할 수 있어 쿠팡에 결제용 카드를 등록했다면 삭제하는 것이 좋고, 해당 신용·체크카드 비밀번호를 바꿀 수 있다면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쿠팡 로그인 비밀번호 역시 즉시 변경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박대준 쿠팡 대표는 “(김 교수가 언급한) 정보가 실제로 노출됐다고 확인된 바는 아직 없다”며 “과도한 안내는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반박, 적극적인 사용자 보호 조치에 대해서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Copyright ⓒ 센머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