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철을 맞아 보관해 둔 옷을 꺼내다 보면, 흰 패딩이나 셔츠가 누렇게 변색한 것을 발견하곤 한다. 드라이클리닝을 마친 후 보관했음에도 발생하는, 이른바 '황변 현상'은 일반적인 세탁 방식으로는 쉽게 제거되지 않아 골칫거리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비싼 표백제 없이 식초, 베이킹소다 등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옷감을 새것처럼 되돌리는 '천연 세탁법'이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지금부터 생활 속 재료를 이용해 섬유의 묵은때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과학적 원리와 올바른 세탁법을 알아본다.
땀과 세제 찌꺼기가 '황변'의 주범
황변 현상의 원인은 섬유 깊숙이 침투한 '단백질과 지방'이다.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땀과 피지에는 물뿐만 아니라 단백질, 지방, 염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일반적인 세탁으로는 표면의 때만 지워질 뿐, 섬유 올 사이에 낀 미세한 단백질 성분은 완벽히 제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잔여물이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해 서서히 산화되면서 누런색을 띠게 된다. 특히 겨드랑이나 목깃은 마찰이 잦고 피지 분비가 왕성해 변색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또 다른 원인은 깨끗해지려고 넣은 '세제'다. 정량보다 많은 세제를 사용하면 헹구는 과정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한 계면활성제나 알칼리성 성분이 섬유에 남아 얇은 막을 형성한다. 이 잔여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습기, 열과 반응해 누런 얼룩으로 변질된다.
베이킹소다·식초·세제의 '화학적 시너지'
누런 때를 벗기는 방법은 바로 주방에서 흔히 보는 식초, 베이킹소다, 그리고 일반 세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땀이나 피지 등 신체 분비물은 대부분 산성 지방산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알칼리성인 베이킹소다를 사용하면 산성 오염 물질이 중화 반응을 일으켜 물에 잘 녹는 상태로 변한다. 이 원리로 섬유에 들러붙은 기름때가 분리된다. 또한 베이킹소다 입자가 물에 녹으며 섬유 조직을 팽창시키는데, 이때 섬유 올 사이에 낀 미세먼지 등 오염물이 밖으로 배출된다.
산성 물질인 식초는 헹구는 단계에서 알칼리 성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세탁 후 옷감이 뻣뻣하거나 칙칙해지는 주된 원인은 헹굼 물에 남은 석회질이나 알칼리성 세제 잔여물이다. 산성인 식초의 아세트산 성분은 이를 녹여 없애고, 섬유 표면을 코팅해 광택을 되살린다. 시판 섬유유연제 대비 살균력이 높아 냄새 제거 효과도 있다.
이 재료들을 일반 세제와 함께 사용하면 세제 단독 사용 시보다 세척력이 향상된다. 옷감을 하얗게 만들지만, 섬유 손상 우려가 있는 염소계 표백제와 달리, 이 조합은 섬유 손상을 최소화하며 안전하게 표백 효과를 낼 수 있다.
'불림'과 '헹굼' 단계별 세탁법
효과적인 황변 제거를 위해서는 본 세탁 전 '담가두기' 과정이 필수적이다. 우선 30~40도 온수에 베이킹소다 3큰술을 넣어 완전히 녹인 뒤, 변색한 옷을 1시간가량 담가둔다. 이 과정은 섬유 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눌어붙은 오염물질을 느슨하게 만들어 분해를 촉진한다. 목깃이나 소매 안쪽 등 오염이 심한 부위는 물에 담그기 전 베이킹소다와 물을 섞어 만든 반죽을 직접 발라 두면 얼룩 제거 효과가 배가된다.
불리는 과정을 마친 세탁물은 일반 세제를 사용해 표준 코스로 세탁한다. 핵심은 마지막 헹구는 단계에서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 한 컵을 넣는 것이다. 식초 특유의 산 냄새는 건조 과정에서 휘발되며, 섬유에 밴 악취를 제거하는 탈취 효과를 낸다.
세탁 후에는 기계 건조보다 햇볕을 이용한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이 잔여 색소를 분해해 표백 효과를 높이고, 살균 효과를 더해 위생적인 관리를 돕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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