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우리는 흔히 카레를 떠올리곤 한다. 따로 재료를 구매할 필요 없이, 냉장고 속 남은 채소나 고기만으로도 충분히 한 끼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카레의 편리성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맛과 경제성, 그리고 시간을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카레가 뛰어난 항암 효과를 지닌다는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기름에 튀긴 음식이나 만성 스트레스 등으로 노화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현대인에게, 카레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손상된 세포를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다. 지금부터 카레 한 그릇에는 어떤 암 예방 요소가 숨어 있는지 살펴본다.
인도의 황금, 카레의 '강황'
카레의 주원료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의 크고 단단한 뿌리줄기다. 외부가 황갈색이며 속은 짙은 노란색 또는 주황색을 띤다. 이러한 선명한 색상 덕분에 '인도의 금'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카레의 주원료는 물론 천연염료로도 쓰일 만큼 뛰어난 가치를 지닌다.
강황은 고대부터 약재로 주목받아 왔다. 실제로 인도 전통 의학 아유르베다에서 오랜 기간 약용으로 쓰였으며, 특히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향신료뿐만 아니라, 종교적 의식이나 피부 미용에도 사용될 만큼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암세포 성장을 막는 강황 속 '커큐민'
카레가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바로 강황 속에 함유된 천연 황색 색소 '커큐민' 때문이다. 이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와 해독 기능을 통해 우리 몸을 보호한다.
세포 노화와 각종 질병의 주범으로 꼽히는 '활성산소'는 스트레스, 흡연, 과식 등으로 인해 생성된다. 커큐민은 이러한 활성산소의 공격을 줄여 유전자 손상을 막아주고, 손상된 세포가 자연스럽게 사멸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간 해독 기능을 끌어올려 발암 물질 배출을 돕는다. 이러한 기능은 암 치료 과정에서도 이어져 방사선 치료 중 조직 염증 반응을 낮춰 치료 부작용을 덜어주는 데도 좋다.
국내외 공동 연구에서는 커큐민의 항암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 2019년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 공동 연구팀은 커큐민이 암세포의 증식과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해 종양 성장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 대장암, 유방암, 위암, 폐암 등 생활 습관과 연관된 암 유형에서 커큐민이 암 예방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카레 섭취 시 주의할 점
카레는 뛰어난 항암 효과와 건강상의 이점 덕분에 자주 먹으면 좋다. 하지만 카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양 조절 및 체질별 주의가 필요하다.
카레의 주성분인 강황 자체는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든 향신료가 그렇듯 과도하게 먹을 경우 복통·속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순수 강황 가루를 기준으로 하루 1~2작은술 정도가 적당하며, 일상적인 식사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질환을 앓고 있다면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쓸개 질환이나 위궤양이 있는 경우 강한 향신료가 위 점막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카레는 공복에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카레는 혈액 응고를 방해하는 작용을 할 수 있어 항응고제·항혈소판제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카레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
카레는 밥 위에 얹어 먹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다. 밥을 지을 때 소량의 카레 가루를 섞어 강황 밥 형태로 만들면 밥의 풍미를 더하면서도 커큐민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 특히 커큐민은 지용성 성분이기 때문에, 밥을 지을 때 소량의 식용유를 함께 넣으면 흡수율을 높이는 데 더욱 좋다.
이 외에도 강황은 향신료 형태로 여러 가지 요리에 쉽게 첨가할 수 있다. 올리브 오일, 레몬즙, 소금 등을 섞어 만드는 샐러드드레싱에 소량의 강황 가루를 넣어 색과 기능을 더할 수 있다. 또한, 수프나 죽 등을 끓일 때 넣어 은은한 풍미를 내면서 커큐민을 자연스럽게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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