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통장에 찍히는 대가로 당신의 영혼을 인출해 가는 자들에 대하여
일요일 밤의 공포, 그 진원지를 찾아서
일요일 저녁 9시가 넘어가면 당신의 심박수는 묘하게 빨라진다. 개그 프로그램의 엔딩 음악이 들리면 조건반사적으로 위장이 꼬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이 단순히 싫은 수준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느끼는 원초적인 공포와 닮았다.
당신은 업무가 힘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러 왔을 것이다. 일이 많아서, 프로젝트가 중요해서, 혹은 내가 아직 부족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업무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 뿐, 사람을 병들게 하지는 않는다. 당신의 영혼을 갉아먹고, 자존감을 바닥치게 하며, 내가 미친 건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주체는 서류 뭉치가 아니라 사람이다. 바로 당신의 상사다.
직장은 나르시시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사냥터다. 그곳에는 명확한 위계질서가 있고, 자신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부하 직원들이 있으며, 성과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착취하는 행위가 합법적으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직급은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타인을 짓밟아도 된다는 면허증과 같다.
만약 당신이 출근길마다 교통사고가 나서 회사에 가지 않기를 바란 적이 있다면, 혹은 상사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숨이 턱 막힌다면, 지금부터 나열할 징후들을 당신의 사무실 풍경과 대조해 보라.
이것은 당신의 상사가 그저 성격이 급하거나 까다로운 수준을 넘어, 당신의 정신 세계를 파괴하는 포식자라는 진단서가 될 것이다.
1. 성과는 내 것, 책임은 네 것
나르시시스트 상사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성과를 흡입하는 능력이다. 팀원들이 밤을 새워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면, 그는 가장 먼저 숟가락을 얹는다. 아니, 숟가락을 얹는 정도가 아니라 밥상 전체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간다.
회의 시간에는 주어가 바뀐다. 우리 팀이 해낸 일이 내가 리딩해서 해낸 일로 둔갑한다. 그는 부하 직원을 자신의 손발로 여길 뿐, 독립된 지성을 가진 동료로 인정하지 않는다.
내 손이 한 일은 곧 내가 한 일이라는 기이한 논리가 그들의 뇌를 지배한다.
반면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놀라운 속도로 발을 뺀다. 조금 전까지 내가 지시했다고 큰소리치던 그는, 문제가 생기는 순간 기억 상실증 환자가 된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했어?”, “김 대리가 제대로 확인을 안 한 거야?” 그들은 자신의 무능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부하 직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개 처형하는 길을 택한다. 그들에게 부하 직원은 화살받이 방패막이에 불과하다.
2.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 의식
그들은 회사의 규정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면서 부하 직원의 1분 지각에는 불같이 화를 낸다.
법인 카드를 개인 지갑처럼 쓰면서 팀원의 야근 식대에는 눈을 부라린다. 그들에게 규칙이란 아랫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뿐, 자신이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다.
이 특권 의식은 시간 약속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는 당신의 시간을 쓰레기 취급한다. 퇴근 10분 전에 산더미 같은 업무를 던져주고는 유유히 사라지거나, 회의 시간에 30분씩 늦게 들어와서 사과 한마디 없이 자리에 앉는다.
당신이 그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에게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는 달콤한 시간이다. 타인의 시간을 뺏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권력의 가장 확실한 증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3. 현실을 조작하는 언어의 마술사
회의실에서 분명히 A라고 지시받아 A대로 해갔더니, 그는 불같이 화를 낸다. “내가 언제 A라고 했어? B라고 했잖아. 왜 사람 말을 못 알아들어?” 당신은 당황한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인가. 수첩을 뒤져보고 녹음 파일을 찾아보고 싶지만,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 앞에서 당신의 기억은 힘을 잃는다.
이것이 바로 직장 내 가스라이팅이다. 그들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과거를 조작한다. 그들의 기억은 팩트가 아니라 자신의 기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조작된 기억이 진실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당신은 업무 능력이 떨어진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고, 점점 더 그에게 의존하고 확인받으려 하게 된다.
당신을 무력화시켜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4. 공감 능력이 거세된 기계
당신이 독감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거나, 가족상을 당했을 때 그들의 반응을 보라. 보통의 사람이라면 걱정부터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 상사의 첫마디는 “그래서 그 보고서는 언제까지 되는데?”이다. 그들에게 당신의 아픔은 걱정거리가 아니라, 업무 흐름을 방해하는 짜증스러운 장애물일 뿐이다.
그들은 당신을 인간이 아닌, 기능을 수행하는 사무용 기기(프린터나 복사기) 쯤으로 인식한다. 프린터가 고장 나면 짜증이 나듯, 당신이 아프면 짜증을 낸다.
그들이 가끔 “몸 좀 챙겨가며 해”라고 말할 때조차, 그 눈빛은 차갑다. 그것은 당신을 위한 말이 아니라, 당신이 쓰러져서 일을 못 하게 될까 봐 자신의 손해를 걱정하는 말이다.
그 서늘한 비인격성은 당신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남긴다.
5. 사무실을 콜로세움으로 만드는 이간질
나르시시스트는 평화를 견디지 못한다. 팀원들이 서로 똘똘 뭉쳐 잘 지내는 꼴을 보면, 자신의 통제력이 약해진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는 은밀한 분열을 조장한다.
김 대리에게는 박 과장 험담을 하고, 박 과장에게는 김 대리가 너를 무시하더라는 식으로 말을 옮긴다. 이를 심리학 용어로 삼각관계(Triangulation)라고 한다.
그는 경쟁을 부추긴다. 누군가를 노골적으로 편애(Golden Child)하고, 누군가는 공개적으로 망신(Scapegoat) 준다. 편애 받는 자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충성하고, 미움받는 자는 다시 눈에 들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한다.
사무실은 협력의 공간이 아니라, 상사의 사랑을 얻기 위해 동료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검투장이 된다. 팀원들이 서로를 불신하고 감시할수록, 상사의 왕좌는 안전해진다. 모든 정보와 권력이 그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다.
6.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지뢰밭
그의 기분을 맞추는 것이 당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된다. 아침에 출근하면 팀원들은 눈빛을 교환한다. ‘오늘 기분 어때?’ 그가 웃으며 들어오면 사무실 전체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가 인상을 쓰고 들어오면 마우스 클릭 소리조차 숨을 죽인다.
나르시시스트의 자아는 겉보기엔 비대하지만 속은 텅 빈 풍선과 같다. 아주 작은 바늘(비판이나 거절)에도 터져버릴 듯이 취약하다. 그래서 그들은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낸다.
그 분노는 맥락이 없고 폭발적이다. 이를 ‘나르시시스틱 격노(Narcissistic Rage)’라고 한다. 당신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옆에서 근무하는 사람처럼 늘 긴장 상태(과각성)를 유지해야 한다. 이 만성적인 긴장은 당신의 뇌를 서서히 망가뜨린다.
7. 경계선 없는 침범
그들에게는 퇴근 시간이나 주말이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밤 10시에 업무 카톡을 보내고, 주말에 전화를 걸어 사적인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당신이 전화를 안 받으면 월요일 아침에 “어떻게 상사 전화를 무시하냐”며 핀잔을 준다.
그들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다. 회식 자리에서 당신의 가정사나 연애사를 캐묻고, 그것을 약점 삼아 농담거리로 만든다. “우리가 남이야? 가족 같은 사이지”라는 말은 가장 끔찍한 저주다.
가족이라는 핑계로 당신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당신의 감정을 착취하겠다는 선전포고이기 때문이다. 당신의 스마트폰이 울릴 때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면, 이미 당신의 경계선은 무참히 유린당한 것이다.
8. 칭찬과 비난의 롤러코스터
처음 입사했을 때, 혹은 그가 당신을 필요로 할 때 그는 당신을 천재라고 치켜세웠을 것이다. “이런 인재가 왜 이제 왔어”, “우리 회사에 너만 한 사람이 없다.” 이 달콤한 칭찬(Love Bombing)에 당신은 충성을 맹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유효기간은 짧다. 당신을 다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혹은 당신이 작은 실수라도 하는 순간 그는 당신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네”, “기본이 안 되어 있어.”
당신은 그 칭찬을 다시 듣기 위해, 과거의 그 인정받았던 순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이것은 도박 중독의 원리와 같다. 간헐적으로 던져주는 칭찬 부스러기를 받아먹기 위해 당신은 자존감을 땔감으로 태우며 그에게 매달리게 된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 마음의 셔터를 내려라
이 8가지 신호 중 절반 이상이 당신의 상사를 설명하고 있다면, 인정해야 한다. 당신은 지금 직장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 집단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는 바뀌지 않는다.
당신이 더 일을 잘하고, 더 눈치를 보고, 더 노력해도 그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을 멈춰야 한다.
당장 사표를 던질 수 없다면, 심리적인 사표라도 먼저 던져라. 그를 상사가 아닌, ‘연구 대상’이나 ‘환자’로 바라보라. 그가 화를 내면 ‘아, 또 발작이 시작됐구나’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셔터를 내려라. ‘무심함’이라는 갑옷을 입어라.
업무적으로는 철저히 기록을 남겨라. 모든 지시는 메일이나 메신저로 근거를 남기고, 녹음을 생활화하라. 그것은 훗날 당신을 지켜줄 유일한 무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퇴근하는 순간, 회사와 당신을 완벽하게 분리하라. 그가 망가뜨린 것은 회사의 업무 일지뿐이지, 당신의 인생 전체가 아니다.
그는 당신의 상사일 수는 있어도, 당신 인생의 주인은 될 수 없다. 그 초라한 왕이 당신의 퇴근 후 시간까지 지배하게 두지 마라.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당신은 그 누구의 부하도 아닌 온전한 당신 자신이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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