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여행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해외 패키지여행 중 발생한 여행객 부상 사고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구상금 청구 방식에 합리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행사의 일방적인 전액 책임 부과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실제 과실 여부에 따른 책임 비율을 산정해 구상금을 청구하도록 제도개선 의견을 표명한 것이다.
이번 권익위의 제도개선 의견 표명은 여행사를 경영하는 ㄱ씨가 제기한 고충민원에서 비롯되었다. ㄱ씨는 해외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했고, 여행객 ㄴ씨가 여행 중 계단에서 넘어지는 부상을 당해 귀국 후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공단은 ㄴ씨의 치료비 중 공단 부담금 전액에 대해 ㄱ씨에게 구상금을 청구했다. 사고가 패키지여행 중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여행사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ㄱ씨는 여행객에게 충분한 주의사항을 안내했음에도 공단이 치료비 전액을 자신에게 구상금으로 통보한 것은 부당하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권익위의 조사 결과, 패키지여행 판매자인 ㄱ씨에게는 여행객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사고 발생의 객관적인 책임 사유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이, ㄱ씨에게 일부 책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공단은 책임 비율을 산정하는 어떠한 절차도 진행하지 않고 공단 부담금 전액을 구상금으로 결정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결국 공단에 ㄱ씨에 대한 구상금 결정 통보를 취소하고, 과실 여부에 따른 책임 비율을 산정한 후 구상권 행사 여부를 재결정하도록 의견을 표명했다.
나아가, 유사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향후 공단이 구상권 행사 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책임 비율을 산정하여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도개선 의견표명했다. 공단 역시 이러한 개선 방안의 취지에 공감하며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은 "해외여행 증가에 따라 예측하지 못한 사고도 늘고 있다"면서 "여행사는 주의사항을 철저히 안내하고 여행객은 여행지 정보를 숙지해 위험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사고 발생 시에는 그 원인에 따라 여행객, 여행사, 공단 등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권익위의 의견 표명은 해외여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이 무조건적으로 여행사에게 전가되던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공공기관의 구상금 청구 과정에 있어 객관적인 과실 비율 산정이라는 합리적인 절차를 도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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