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ㆍ자궁내막암 투병 졸업...내 삶의 모토는 '노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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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암ㆍ자궁내막암 투병 졸업...내 삶의 모토는 '노 스트레스'

캔서앤서 2025-12-01 18:49:01 신고

2020년 가을, 복통으로 동네 내과에 갔다. 그 때부터 난 동네 산부인과, 대학병원을 거쳐 암환자가 되었다.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2개의 암을 동시에 진단받고 수술과 표준 항암치료를 하며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무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암진단을 받으면 나라에서 5년의 산정특례 혜택을 준다. 5년간 암 관련 치료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다. 그래서 암환자들에게 이 5년은 중요한 기점이 된다. 산정특례가 끝나는 날, 그날은 공식적으로 더 이상 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실이는 식단 해요?” “어떤 음식 먹어요?” “운동은 뭐 해요?” 환우들의 물음에 나는 불량한 대답을 한다. “저는 다 먹어요. 못 먹는 스트레스보다 맛있게 먹는 걸 선택했어요.” 하지만 언제나 먹고 나서 후회한다. “운동은 싫어해요. 뛰는 것도 싫고 근력운동도 재미없어요. 요즘도 매일 헬스장에 가기 싫어서 핑계만 만들어요.” 이 불량환자를 어찌해야 할까…

아니,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지내는 것이 건강(?)의 비법인 것인가?! 암 진단 이후 내 삶의 모토는 ‘노 스트레스(No Stress!)'다. 나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거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더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다방면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럴수록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혹은 오지 않을 일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혹시 모를 부정적인 결과에 지레 겁을 먹고 일을 시작하지 않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불안과 두려움에 지내고 있지만, 이제는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가오지 않은 일은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다가온 후에 대처해도 늦지 않으리. 지금 내가 대처한다 해도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스트레스 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항상 5분 정도 늦는 사람이었다. 길이 막혀서, 버스를 놓쳐서… 이런저런 이유로 지각을 한다. 고작 그 5분 먼저 출발하지 못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상황이 싫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되도록 여유있게 출발한다. 약속시간에 늦을까 봐 초초한 그 마음도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없이 살려고 물 흐르듯 살고 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워낙 무던한 성격이기도 하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도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제는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해낼 수 있는 것만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은 도전하기도 한다.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하다 보면 언젠가 열매를 맺게 되겠지.

나만의 치유 일상을 보내며 2025년 가을, 드디어 암 수술 5년 차가 되었다. 새로 태어난 지 다섯 해. 나는 5살이다. 5년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5년 암투병의 졸업. 이 빛나는 졸업장을 모범생이 아닌 내가 받아도 되는 것일까?

치료 약을 찾고 또 찾고, 기약 없는 항암을 하며 여전히 치료 중인 암환우가 많다. 나의 일상이 그들이 그토록 바라고 있는 평온한 하루하루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숨기지는 않겠다. 이렇게 지내는 암환우가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지 않을까. 5년 완치율에 미약하나마 아주 작은 수치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난소암은 특히 재발률이 높다. 여전히 나도 재발과 전이의 두려움을 갖고 지낸다. 대장암 가족력과 대장암 유전자(린치증후군)도 있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다 보면 1년, 2년이 5년, 10년이 되겠지. 감사한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한 삶이 되겠지.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이렇게 스토리텔러 기회로 나의 치유 일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준 캔드림협동조합과 캔서앤서에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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