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국내 최대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의약품 유통 사업을 직접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이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영을 ‘신종 리베이트’ 가능성으로 규정하며 법안을 밀어붙이자 닥터나우는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고 반발, 스타트업 업계는 “이미 허가받아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사업을 사후적으로 금지하는 제2의 타다금지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의 의약품 도매업 활동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플랫폼이 직접 도매 기능을 수행하거나 제휴 약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도매상을 통해 의약품을 공급하는 행위를 모두 차단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도매업을 운영해 온 닥터나우·메라키플레이스 등은 법안 시행 시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닥터나우가 도매업에 진입한 배경은 비대면진료 과정에서 반복되던 ‘약국 뺑뺑이’ 문제였다. 공휴일·심야 시간에 전문의약품 재고를 보유한 약국을 찾지 못해 환자 불편이 지속되자, 닥터나우는 2023년 비진약품을 자회사로 설립해 약국 재고와 조제 이력을 통합 관리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현재 제휴 약국 3200여 곳 중 1200여 곳이 비진약품으로부터 약을 공급, 환자는 실시간 재고 확인을 통해 헛걸음 없이 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 국정감사를 거치며 ‘특정 약국 우대’ 논란이 제기됐다. 닥터나우가 제휴 약국을 우선 노출해 약사법·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약사회 주장이 확산된 것이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지도 기반 노출 구조여서 특정 약국을 우대할 수 없다”며 반박했지만,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업 진출은 약사의 플랫폼 종속과 리베이트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여당 측 우려가 입법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개정안의 규제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에서 “도매업 겸영 금지는 혁신 저해와 영업 자유 침해 우려가 크다”며 기존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역시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 예외 없는 도매업 금지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도 지난해 발의 당시에는 “영업 자유 침해 위험이 있어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최근에는 “의약품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해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법안이 특정 기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근거 없는 ‘그럴 수도 있다’는 우려만으로 적법한 사업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며 “타다금지법과 동일하게 혁신을 차단하는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역시 “국감 이후 우려했던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규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불편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플랫폼의 도매 기능이 막힐 경우 약국이 재고를 직접 입력해야 해 정확성이 떨어지고, 비대면진료의 핵심인 ‘즉시 조제·배송 편의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50곳 넘게 활동하던 비대면진료 관련 스타트업은 현재 20곳 남짓으로 줄었다. 의료법 개정으로 플랫폼 규제가 한층 강화된 상황에서 의약품 도매업 금지까지 겹치며 업계는 “제도화 문턱까지 왔지만 여전히 ‘금지의 그림자’ 속에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