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 시장을 중심으로 연이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오는 가운데, 고가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진 거래가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신반포4차' 아파트 전용 105㎡는 이달 4일 40억5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두 달여 전인 9월만 하더라도 해당 평형은 55억원에 신고가를 찍었는데, 이를 고려하면 약 15억원 가까운 급락으로 해석된다.
비슷한 사례는 잠실 아파트에서도 나타났다. 잠실우성1·2·3차 전용 80㎡ 매물의 경우 지난 1일 17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가 31억원(10월)보다 13억5000만원이 떨어진 가격에 매매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하락이 실질적인 시세 변화라기보다 가족 간 증여 목적의 특수 관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반 매매로 보기 어려운 가격이라며 친족 간 거래 가능성을 지적했다.
잠실의 한 부동산 대표 역시 "잠실은 원래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기 때문에 이번 규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증여를 위한 가족 간 매매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증여성 거래가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서울 고가 아파트의 장기적 가격 상승 기대감이 꼽힌다. 정부 대책이 속속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자산가들은 여전히 서울 핵심지 아파트의 우상향을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금 부담 증가를 우려한 조기 증여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서울 아파트 등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6718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억원 낮춘 가격은 '정상 거래'로 인정돼
증여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572건)였으며 양천구(481건), 송파구(450건), 서초구(4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전체 증여 거래의 20% 이상이 강남 3구에서 발생한 셈이다.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데 이어 보유세 강화까지 검토하면서 증여 거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시세 대비 크게 낮은 가격에 거래된 매물 중 다수가 증여성 거래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분위기 속에서 증여를 미리 진행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라고 분석했다.
현행법상 최근 3개월 내 실거래가 대비 30% 이하 또는 최대 3억원까지 낮춘 금액 범위라면 ‘정상 거래’로 인정되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 규정을 활용하면 실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녀에게 매도하는 방식이 절세 전략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단순 매도 역시 세금 부담 때문에 쉽지 않다"라며 "이럴 바에는 자녀에게 낮은 가격에 팔고 일부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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