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 천안 통합센터는 연면적 19만㎡ 규모로 중국·베트남 등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이 1차 집결한 뒤 전국 매장과 온라인 채널로 공급되는 최상위 허브다. 이랜드 관계자는 "천안 센터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대체 센터를 마련하고 물류 동선을 재설계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부문 매출은 지난해 3조5000억원, 올해 3분기 누적 2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F/W 비중이 높은 스파오·후아유·뉴발란스가 주요 브랜드인 만큼 성수기 직전 물류 차질은 매출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재고자산 규모 역시 충격을 키운다. 9월 말 기준 이랜드월드 패션사업 재고자산은 4444억원에 달하며, 천안 센터에는 1000만 점 이상이 보관돼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류와 신발류는 열, 연기, 소방수에 취약해 회수율이 낮아 상당량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
뉴발란스는 온라인 발매와 한정판 판매 비중이 높고 스파오·후아유는 빠른 회전이 필수인 SPA 모델이다. 화재 직후 홈페이지에서 출고 지연 안내가 이뤄진 것은 온라인 매출 이탈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시즌 할인 판매가 집중되는 시점에 물류가 마비되면 매출 손실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대체 물류망 구축에도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외부 창고 임차, 재고 분산, 상·하차 인력 투입 등으로 처리 단가가 상승하고 외부 업체 활용 시 건당 비용은 평소보다 20~30% 높아질 수 있다. 화재보험 지급까지 수개월이 걸리므로 단기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천안 센터 마비는 해외 생산법인의 리오더와 라인업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베트남 법인은 국내 재고 흐름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여서, 국내 물류 차질이 내년 초 글로벌 공급 일정까지 지연시키는 '2차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천안 센터 한 곳에 물량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가 이번 화재로 단순 출고 지연을 넘어 실질적 리스크로 나타났다"며 "4분기뿐 아니라 내년 1분기까지 실적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단기 충격이 전부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랜드는 전국 단위 거점망을 갖추고 있고 오프라인 매장 물량은 상당 부분 선출고돼 일부 판매 공백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물류체계가 안정화되면 피해 규모는 당초 우려보다 제한될 수 있다.
이랜드는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과 복구 계획을 신속히 진행 중"이라며 "지역별로 거점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대체 물류센터 확보와 동선 조정 등을 통해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