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제시한 2025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유럽 경제 규모는 총 43조8000억 달러다. 이번 비주얼캐피털리스트 분석은 흔히 ‘풍요로운 유럽’을 서유럽 중심으로 바라보는 통념에서 벗어나, 지역별 비중과 구조적 차이를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데이터를 뜯어보면 유럽은 하나의 단일 시장이 아니라, 성격이 다른 네 개의 경제권이 뒤섞여 있는 복합 구조에 가깝다.
유럽 경제의 핵심은 여전히 서유럽(14조8000억 달러)이다. △독일(6조2000억 달러) △프랑스(4조5000억 달러) △영국(4조4000억 달러)이 서유럽 3대 축을 형성하며 사실상 유럽의 생산력과 소비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여기에 △네덜란드(1조5000억 달러) △스위스(88100억 달러) △벨기에(8990억 달러) △오스트리아(8630억 딜라)까지 포함되면서 서유럽은 유럽 전체 부가가치의 34% 이상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
반면 동유럽(12조8000억 달러)은 △러시아 경제 7조2000억 달러가 절반을 차지하는 ‘단일국 중심 구조’가 두드러진다. △폴란드(2조 달러) △루마니아(9270억 달러) △우크라이나(6900억 달러) △체코(6470억 달러) 등이 뒤를 잇지만, 국가 간 격차가 뚜렷하다. 지정학 갈등·전쟁·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 불안정성이 크며, 서유럽 생산·투자망의 하청 위치에 놓인 경우가 많다.
남유럽(8조3000억 달러)은 △이탈리아(3조7000억 달러) △스페인(2조8000억 달러) △포르투갈(5360억 달러) △그리스(4680억 달러)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8년 이후 이어진 재정 위기와 경쟁력 약화의 영향에서 여전히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세가 정체돼 있다. 제조업 기반이 얇고 관광·서비스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북유럽(7조8000억 달러)은 영국을 제외하면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첨단 제조·복지국가 그룹이지만 규모 자체는 유럽 전체에서 상대적으로 작다. 노르웨이·아일랜드·아이슬란드·리투아니아 등은 에너지·금융·디지털 분야 특수 강점이 있으나 역내 경제 축을 단독으로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수치는 유럽 전체가 하나의 균질한 경제권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서유럽은 압도적 내수·제조기반을 바탕으로 여전히 ‘유럽의 엔진’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유럽과 남유럽은 성장 둔화·전쟁 충격·구조적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PPP 기준에서조차 서유럽이 유럽 전체 부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는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정치·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서유럽의 영향력이 계속 강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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