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자금이 부동산·가계대출 등 비생산적 부문에 집중되며 중소·벤처기업 투자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진단 속에서, 금융권과 학계가 민간 중심의 벤처투자 생태계 전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4일 한국금융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사)한국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민간 벤처투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제15회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내 벤처투자 구조의 불균형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인하대학교 한재준 교수와 한국금융연구원 김현열 연구위원은 한국 벤처캐피탈 시장이 OECD 중 투자 규모 5위까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금융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고 평가했다.
반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자 출자 비중은 3% 수준에 불과해 미국(42%), 유럽(12~18%) 대비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두 연구자는 벤처투자 생태계 정상화를 위해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시장실패 구간 집중) ▲CVC 규제 완화 ▲연기금·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 참여 확대 등을 핵심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특히 CVC 비중이 미국·일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지적하며 지주사 CVC 외부 출자비중 40% 이상으로 확대 해외투자 한도 상향 AC 형태의 CVC 허용 등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정책금융 재편, 민간 자본 유입, 제도적 유연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모험자본 회수시장 구조 개편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동국대학교 윤선중 교수와 한재준 교수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 구조가 RCPS(상환전환우선주)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에 기업의 현금흐름 악화와 혁신 저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RCPS는 국제회계기준(IAS32)에 따라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적기금 역시 보통주·SAFE 등 리스크 공유형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또한 한국 회수시장은 IPO 중심 구조가 고착화돼 스타트업의 평균 IPO까지 14년이 소요되지만, 미국은 M&A 중심 회수로 평균 5년 이내 엑시트가 가능하다는 점도 부각됐다.
발표자들은 ▲BDC·CVC 기반 회수자금 공급 확대 ▲세제 인센티브·금산분리 완화 ▲중견기업 중심 M&A 생태계 확장 등을 필수 조치로 제안했다. 윤 교수는 “회수시장의 정상화는 단순히 엑시트 문제가 아니라 산업혁신 인프라 조성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세션에서 한국외대 윤승영 교수는 한국형 BDC(사업개발회사)의 현황과 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BDC를 비상장 혁신기업에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폐쇄형 공모펀드로 규정하며,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조성의 핵심 제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 강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동적 규제(Dynamic Regulation)’도입이 필요하며, 미국 RIC 모델처럼 법인세 면제, 배당소득세 감면이 결합된 이중과세 방지형 인센티브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운용보수·공시 투명성 강화, 경영참여형 투자 기능 제도화, 장기 세제지원 체계 마련이 병행돼야 BDC가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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