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배임죄 폐지’ 논의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없애려는 정치적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민주당은 “경제계의 요구를 외면한 저급한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없애려는 권력형 조직 범죄”라며 “이왕 하는 김에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탄신일’에 맞춰 공물로 바치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범죄, 백현동 비리, 법인카드 유용 사건 다 처벌 못한다”며 “김만배, 남욱 등 대장동 일당은 즉시 석방되고, 강남 건물에서 국민들 월세 받으며 재벌로 살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정권이 거론하고 있는 배임죄 폐지, 4심제, 헌법재판관 증원 모두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북한도, 중국도 법이 있다. 단 독재국가는 법이 권력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만약 배임죄 폐지가 진짜로 이뤄진다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박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배임죄 폐지’를 두고 온갖 프레임을 씌우며 경제를 외면하는 국민의힘, 그게 바로 ‘국민 배임’”이라며 “주 의원은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탄신일에 맞춰 공물로 바쳐라’는 식의, 정책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저급한 낙인찍기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제계의 절박한 요구라는 정책의 본질은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오직 감정적 비난으로 논의를 호도하려는 저급한 선동”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변인은 “배임죄 폐지의 본질은 ‘경제계의 숙원’”이라며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계는 이미 이번 폐지를 두고 ‘환영’의 의사를 비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논의는 최근 진행된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주주권 확대 등 상법 개정과 맞물린 ‘경제 제도 현대화’의 연장선”이라며 “경영상 판단까지 형사처벌로 재단하던 낡은 규범에서 벗어나, 선진국처럼 민사·금전적 책임 중심의 합리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미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이 논의되었던 사안”이라며 “국민의힘은 실질적인 경제 요구는 외면한 채, 정쟁에만 골몰하는 반(反)기업·반(反)민생 정당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정쟁으로 허비하는 ‘국민 배임’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기업의 혁신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재계는 배임죄의 과도한 적용과 가혹한 처벌이 정상적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의 배임죄 기소 인원은 연평균 965명으로 일본의 31명보다 31배 많아,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적용 범위가 과도하게 넓다는 점이 통계로 드러난다. 여기에 배임죄 기소율도 14.8%에 불과해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총은 이에 배임죄 구성요건이 모호해 일반 직원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손해가 없더라도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 배임이 성립하는 현행 규정이 기업 의사결정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배임 이득액 50억원 이상에 대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을 규정해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도 이러한 형량은 현저히 과도한 수준이라는 것이 경총의 판단이다.
경총은 배임죄의 주체와 행위 범위를 명확히 제한하고 실효성이 없는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특경법상 배임 가중처벌 조항 폐지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합리적인 절차와 목적에 기반한 경영 판단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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