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간 무역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은 대미 보복조치로 희토류 제재 뿐만 아니라, 그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핵심광물인 안티몬을 똑같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트럼프 정부를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원래 미국은 안티몬을 자체 생산했으나 2001년 이후 환경오염 문제와 경제성 등의 이유로 자국내 생산이 전면 중단됐었다. 대신 중국 등 해외에서 100%를 값싸게 대체 수입해서 썼다.
그러나 안티몬이 점차 군사용 및 첨단산업용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2018년 미국은 안티몬을 '핵심 광물 목록(Critical Minerals List)'에 등재했다.
미국의 이런 안티몬 취약성과 위급성은 중국의 정책적 무역 보복 결정으로 인해, 마침내 비상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 중국이 지난해 8월 14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안티몬 관련 6개 품목에 대한 수출 제한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반도체 및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중국의 대미 무역제재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은 급한대로 핵심 방위 산업을 지탱하기 위해 중국 대신 비(非)중국 국가로부터 안티몬을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안티몬은 금속과 비금속 성질을
함께 가진 반도체 제조 필수 광물
총탄 뇌관 등 군사용으로도 중요
안티몬은 금속과 비금속의 성질을 모두 가진 준금속(metalloid)으로 분류되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합금을 강화하고, 난연제의 성능을 높이며, 첨단 전지 및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안티몬은 현대 방위 시스템, 특히 총알 제조 과정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핵심 광물이다.
가장 중요한 사용처는 총알 제조, 특히 저구경 및 중구경의 뇌관 제조에 주로 쓰인다. 또 야간 투시경, 적외선 센서, 정밀 광학 등의 핵심 부품 제조에 사용돼 현대 전력 시스템의 성능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데 필수 광물이다.
특히 국방 응용 분야는 일반 상업용 안티몬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순도 및 품질 기준을 요구한다. 특히 불순물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성능 저하를 방지하고, 군수품의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그런데 중국의 대미 수출 제재조치는 국제 희귀 광물 시장에 충격을 줬다. 2024년 1월 t당 약 11,000 달러(약 1,603만원)였던 안티몬 가격은 중국의 수출 통제 발표 이후 9월까지 t당 22,000 달러(약 3207만원)를 초과하며 100%이상 급등했었다. 이러한 안티몬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미국 정부가 자국내 광물의 자급자족 정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따라 안티몬 가격은 단순한 시장 지표를 넘어, 미-중 무역 갈등의 강도와 미국의 공급망 취약성을 측정하는 지정학적 지수(Geopolitical Index) 역할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심각성과 시급성에 따라 미국은 안보차원의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과거 금 광산을 중심으로 채굴 사업이 진행됐으나 최근에는 안티몬 생산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알래스카의 Tintina Gold Belt 지역은 역사적으로 상당한 안티몬 매장량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표면 샘플링에서 안티몬이 발견되면서 핵심 광물 개발지로 중요성이 급부상했다. 또 Port MacKenzie 심해 항구 근처에 42.81 에이커의 토지 사용 허가를 확보하고 정제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며, 이는 알래스카에서 광물 채굴부터 군사 등급 제품 생산까지를 아우르는 수직 통합된 안티몬 공급망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라는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우선 미 국방부는 '국방 물자 생산법(DPA)'에 근거해 직접적으로 안티몬 삼황화물 생산 시설에 43.4백만 달러(약 778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중국 무역제재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용 안티몬 광물(삼황화물)을 추출, 농축, 정제하는 것이다. 이는 국방 공급망에 직접 투입되는 최종 제품 형태이며, 생산 기술의 난이도가 높다. 실제로 미국의 자국내 제련소 운영사인 U.S. Antimony Corporation (USAC)조차도 전 세계적으로 조달 가능한 대체 광석 중 상당수가 미군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국내 정제 및 가공 능력 확보도 시급함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알래스카 프로젝트의 진정한 전략적 가치는 광물 탐사를 넘어, Port Mackenzie에 건설될 예정인 다운스트림 정제 시설을 통해 고순도 제품을 생산하는 수직 통합 능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
국방용 이외에도 첨단 산업용으로 중요
중국의 시장지배력과 자원 무기화 전략
국방용 외에도 안티몬은 첨단 산업의 수요가 많다. 안티몬은 반도체 제조, 케이블, 그리고 특히 청정 에너지 기술에 중요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예: 흐름 전지)에 사용되어 경제적 중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수요는 안티몬의 전략적 가치를 국방 영역을 넘어 광범위한 산업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안티몬 공급망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중국은 전 세계 안티몬 광산 생산량의 약 48~55%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생산국이다. 2위 생산국인 타지키스탄이 세계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 역시 지정학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의 영향권 내에 놓여 있어 서방 세계에는 안정적인 대체 공급원이 되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의 대외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은 안티몬 수입량의 약 63%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군수, 첨단산업은 공급망 혼란과 급격한 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 국방 산업기반 복원력 담당 차관보 대행은 이 상황의 위험성을 명시적으로 지적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안티몬 및 모든 파생 상품 시장을 통제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지난해 8월 안티몬 광석, 안티몬 금속, 안티몬 산화물 등 6개 안티몬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면허를 의무화했다. 이 조치는 2023년 갈륨, 게르마늄,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한 일련의 통제에 이은 것으로, 서방의 반도체 및 방위 산업에 심각한 경종을 울렸다. 이러한 통제는 핵심 광물이 국제 관계에서 전략적 무기로 사용되는 새로운 ‘자원 외교’ 패러다임을 확립하며, 전 세계 산업 공급망의 지역화 및 다각화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단순히 광석 수출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안티몬 제련 및 분리 기술 수출까지 금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광석을 확보하더라도 이를 군사 등급으로 정제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안티몬 생산의 걸림돌 환경오염
그러나 안티몬 광산은 역사적으로 환경 오염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알래스카 Denali 국립공원 내 과거 안티몬 광산 활동은 안티몬, 비소, 망간 등의 중금속을 하천 생태계에 방출하여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조류, 이끼, 수서 무척추 동물의 개체수 감소를 유발한 선례가 있다.
안티몬 광석은 종종 비소와 함께 발견된다는 점과 과거의 오염 이력은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환경 허가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프로젝트 일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자국내 제련소 운영사인 USAC 또한 알래스카의 허가 과정에서 약 5개월의 지연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안보 가속화와 환경 승인 지연 간의 구조적 갈등을 유발한다.
국가 안보 목표(2026/27년 생산)가 시급할수록, 환경 규제 준수 및 지역 사회 동의 확보 과정은 병목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 국방부의 43.4백만 달러 국방물자생산법(DPA) 자금 상당 부분을 환경 연구 및 허가 완료에 사용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직접적인 노력임과 동시에, 환경적 책임이 장기적인 프로젝트 성공의 필수적인 전제 조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