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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계좌 개설수·거래대금 뚜렷한 증가세
9일 이데일리가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5개 증권사의 10월 신규 계좌 개설 수는 총 39만 393개(주식 위탁계좌에 한정)로 한 달(25만 9808개) 새 약 50.2% 증가했다. 월별로 나눠보면 지난 4월 미국 트럼프발 관세 충격으로 신규 위탁계좌 개설 수가 13만개까지 내려앉았다가 5월 13만 1847개, 6월 15만 5097개, 7월 21만 2834개, 8월 19만 8091개, 9월 25만 9808개로 나타났다.
특히 증시가 상승 랠리를 시작한 하반기부터 개인이 신규 계좌를 본격적으로 개설해 주식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는 월별 기준으로 6월 13.86%, 7월 5.66%, 8월 -1.83%, 9월 7.49%, 10월 19.94% 등의 등락률을 기록하면서 하반기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신규 계좌 개설이 증가한 만큼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도 많아지고 있고 거래대금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올해 1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 6117억원 수준이었지만 11월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2조 5599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개인의 힘으로만 지수를 끌어올렸던 ‘동학 개미운동’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실제 개인은 이달 들어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기간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7조 8236억원이다.
특히 지난 5일 코스피가 장중 6% 넘게 빠졌을 때도 지수를 끌어올린 주체는 개인이었다. 당일 코스피는 반등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2.8% 하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일 역시 코스피는 장중 3% 넘게 빠졌지만 개인이 하방을 지지하며 낙폭을 만회했다. 결국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81% 하락한 수준에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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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총알’도 역대 최고치…건전성 관리엔 부담
개인의 ‘총알’도 역대 최고치 수준으로 장전된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5일 기준 88조 270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거래융자도 지난 6일 기준 25조 8781억원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이달 6일까지 취급한 신용대출 잔액 105조 8749억원으로 전월 말(104조 7730억원)과 비교해 1조 1019억원(1.05%) 급증했다. 10월 한 달 동안 신용대출 취급액이 9251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동안 전달 증가액만큼 시장에 돈이 풀린 셈이다. 지난 9월부터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랐지만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가 되다 보니 은행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머니무브’ 현상도 가속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 예금 잔액은 647조 856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1조 8675억원이 줄었다. 은행을 떠난 자금은 최근 상승세인 코스피 등 주식 시장으로 쏠린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과열 해소 구간에서 ‘큰 손’ 외국인과 ‘결집한’ 개인 간 수급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커지겠다고 내다봤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10월 하순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는데 개인의 심리는 더욱 강해졌다”며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있고 AI(인공지능)와 증시 과열 등이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앞으로 지수 급등락은 자주 나타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빚투’가 더 이어질지 금융권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빚투’에 대한 긍정적 논조까지 내비치며 적극적인 투자를 장려하는 상황이지만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용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어서다. 신용대출이 늘어나면 은행 등 금융권으로서는 건전성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치(RWA)가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한다면 증시 등으로 자금 이탈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당장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신용대출이 늘면 RWA가 늘어나 건전성 관리에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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