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무대에 서지 못하는 두 배우의 ‘기다림’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들은 혹시나 주연 배우에게 급작스러운 일이 생겨 자신들이 투입되길 바란다. “조명이 떨어진다든가, 갑자기 아프다든가.” 배우들의 허망한 상상은 때로는 짠하게, 때로는 묘하게 공감되며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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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을 앞두고 있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가 여전히 인기 속에 순항 중이다. 고전 명작인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코미디 연극이다. 미국 출신 배우 겸 극작가 데이브 핸슨의 대표작으로 ‘2013 뉴욕 국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헝가리, 뉴질랜드 등지에서 공연했다. 국내 공연은 지난해 초연을 올렸다.
작품은 허름한 분장실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할 기회만 기다리는 언더스터디 배우 에스터와 밸의 이야기를 담았다. 에스터와 밸은 각각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 역의 대역 배우라는 설정이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은 ‘고도’가 무엇인지,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채 모호한 기다림을 계속한다. 에스터와 밸은 그들의 출연 여부를 결정해 줄 연출을 기다리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무대 조감독 ‘로라’가 내려와 “연출님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무엇보다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건, 연륜의 배우 박근형과 밸 역을 맡은 이상윤의 ‘티키타카’다. “너는 연기를 너무 못해”라며 즉흥 연기를 시키고 가르치는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언젠가 자신이 올라간 공연에 달릴 ‘별 다섯 개짜리 리뷰’를 꿈꾸는 밸의 희망 섞인 목소리는 듣는 이의 마음을 건드린다.
꿈을 향한 기다림은 때로 무모해 보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더 또렷하게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작품은 각자 마음속에 품어둔 목표와 열망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박근형은 이번 공연을 통해 데뷔 66년 만에 처음으로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났다. 박근형과 함께 9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김병철이 에스터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초연에서 같은 배역을 맡았던 최민호와 이상윤이 이번에도 밸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오는 16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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