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전사자 유족들의 위로금을 노린 사기 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일명 ‘블랙 위도우’라 불리는 여성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떠나기 전의 군인과 결혼한 뒤, 사망한 경우 거액의 유족금을 챙겨 사회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당국과 법원은 위장 결혼 처벌을 강화하고, 유족금 지급 기준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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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러시아 법원은 올해 초 소콜로바가 유족금을 상속받기 위해 칸도스토를 속여 결혼하게 만들었다며, 결혼 무효 및 3000루블(약 5만 4000원)의 벌금 판결을 내렸다.
소콜로바는 결백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재판이 공론화하며 사기 결혼을 통한 유족금 편취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사기 결혼을 시도하는 여성들에겐 ‘블랙 위도우’라는 별칭까지 붙여졌다.
이러한 사기 결혼이 증가하는 이유는 유족금이 계급이나 상황에 따라 1450만루블(약 2억 6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 평균 연봉의 거의 2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난 2월엔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한 부부가 가족이 없는 46세 남성을 속여 63세 여성과 사기 결혼을 시킨 뒤, 군 복무 계약을 체결토록 했다. 이후 남성이 사망하자 이들 세 사람은 800만루블(약 1억 4300만원)의 유족금을 나눠 가졌다.
4월엔 시베리아에서 한 부동산 중개인이 팟캐스트에서 “전선에 있는 남자랑 결혼하고 그가 죽으면 800만루블을 받을 수 있다. 이건 사업 계획”이라고 말해 증오 조장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러시아 당국은 범죄조직도 일부 사기 결혼 행각에 연루돼 있다고 전했다. 유족금을 노린 위장 결혼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중부 한티만시스크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조직은 싱글 남성 수십명을 군에 입대시킨 뒤 허위 결혼을 주선했다. 이후 이 조직은 남성들의 금융권 통제를 넘겨받아 3000만루블(약 5억 4000만원) 상당을 챙겼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결혼 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남성을 찾는 여성들의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 ‘군인 데이트’, ‘계급장 데이트’ 등으로 명명된 커뮤니티 그룹이 수십개에 달하며, 일부 사기 조직은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남성을 유인해 위장 결혼을 성사시키고 있다.
유족금 지급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 간 갈등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부모·조부모·이혼한 아내까지 유족금 분배에 개입하며 법적 분쟁이 끊이질 않아 “전사자의 피를 담보로 이익을 취하는 배신 행위”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이에 러시아 의회는 위장·사기 결혼 적발시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유족금 지급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법안은 전쟁 발발 이후 결혼한 배우자가 이혼할 경우 유족금 분할 권한을 박탈하거나, 위장 결혼이 의심될 경우 수금 권한 자체를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레오니드 슬루츠키 의원은 유족금을 노리는 여성들을 “괴물들”이라 칭하며 “전사한 영웅들의 유가족을 돌보는, 가장 신성한 일을 모욕하는 악질적인 범죄”라고 강력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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