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를 만나기 전 당신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

그 한 명의 친구가 필요한 이유

온 세상이 당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 당신은 아마 그 감각을 잘 알 겁니다. 그와의 지옥 같던 관계를 설명하려 할수록, 당신은 점점 더 고립됩니다.

(나를 비난하는 세상, 에서 이야기 했듯) 가족과 친구들은, 그들의 ‘상식적인’ 세계관으로는 도저히 당신의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당신의 예민함이나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죠.

그들의 세계 속에서, 당신이 겪은 심리적 학대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차라리 당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편이 그들에게는 더 이해하기 쉬운 결론일 테니까요.

그렇게 모두가 당신의 현실을 의심할 때, 당신의 내면에서도 그가 심어놓은 목소리가 스멀거리며 당신을 조롱합니다. ‘거봐, 네가 이상한 거라니까.’, ‘결국 너도 문제가 있었던 거야.’

이 고독한 싸움에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당신의 결백을 증명해 줄 배심원단이나 당신을 불쌍하게 여길 구경꾼이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초기 설정값(Factory Settings)’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그래서 그의 거짓말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단 한 명의 친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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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덧칠하기 이전의 당신을 아는 사람

‘변함없는 친구’란, 당신이 그를 만나기 이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스스로의 빛을 죽이기 전, 사소한 일에도 명랑하게 웃던 당신의 목소리. 당신이 그가 정해놓은 경계선 안에서 발끝으로 걷기 전, 자신감 있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던 그 모습 말입니다.

그는 당신의 모든 것을 ‘비정상’으로 규정했습니다. 당신의 날카로운 직관은 ‘편집증’이 되었고, 당신의 풍부한 감수성은 ‘감정 기복’이 되었으며, 당신의 쾌활함은 ‘경솔함’이, 당신의 의견은 ‘이기심’이 되었습니다.

그는 당신이라는 원본 위에 자신의 입맛대로 당신을 덧칠하고, 당신이 그 덧칠된 모습이 진짜 당신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당신은 그가 그려놓은 일그러진 자화상을 진짜 당신으로 착각하며 스스로를 미워하게 되었죠.

하지만 이 ‘변함없는 친구’는 그 덧칠에 속지 않습니다. 그녀는 당신의 원본, 그가 오염시키기 이전의 맑고 단단했던 당신의 영혼을 기억합니다. 그녀에게 당신은 여전히 ‘유쾌하고’, ‘똑똑하며’, ‘강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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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각을 대신 믿어줄 앵커

가스라이팅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당신 스스로의 판단력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된다는 겁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걸까?’ 이 의심의 바이러스는, 당신의 건강한 생존 본능을 마비시키는 가장 강력한 마취제입니다.

당신의 뇌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그의 조작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힙니다.

이때, 당신의 이 ‘변함없는 친구’는 당신의 외장 하드 드라이브가 되어줍니다. 당신의 내장 메모리(기억과 판단력)가 바이러스(그의 조종)에 감염되었을 때, 이 친구는 오염되지 않은 원본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내가 정말 이상했나 봐”라고 자책할 때,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해줄 겁니다.

“아니. 넌 원래 그런 애 아니야.”, “나는 그 자식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네가 그 옆에서 점점 네가 아니게 변해가는 게 보였어.”

이 한마디는, 천군만마보다 강력합니다. 그녀는 당신의 흔들리는 직관을 붙잡아주고, 당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당신의 감각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대신 증명해 줍니다.

그녀는 당신이 표류하는 안개 낀 바다에서, 당신이 길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유일한 앵커(Ancho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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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당신은 이 세상 모두를 이해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신이 겪은 심리적 전쟁을, 참호 밖에 있던 사람들이 온전히 상상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들에게 당신의 고통을 승인받으려 애쓰는 것은, 당신의 얼마 남지 않은 귀한 에너지를 밑 빠진 독에 붓는 것과 같습니다.

그 설명의 과정에서 당신은 또다시 2차 가해를 당하고, 당신의 트라우마를 불필요하게 재경험하게 될 뿐입니다.

그 에너지를 아끼세요. 그리고 당신의 초기 설정값을 기억하는 그 한 사람을 찾으세요. 그녀와 연결하세요.

그녀는 당신이 그 미친 상황 속에서 왜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는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당신의 편에 서서 고개를 끄덕여줄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녀의 존재는, 당신이 여전히 ‘당신’이며, 언제든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장 든든한 증거가 되어줄 겁니다. 당신의 직관을 지지해 줄 그 단 한 사람의 손을 잡는 순간, 당신의 진짜 회복은 비로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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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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