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베이지 컬러 다이얼의 ‘오이스터 퍼페추얼 36mm’ 워치는 ROLEX. 2 26.1mmx20mm·7.6mm 사이즈의 ‘프리미에르 오리지널 에디션’ 워치는 CHANEL WATCHES. 3 27mmx34.5mm 사이즈의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몰 모델은 CARTIER. 4 31mm 스몰 다이얼의 ‘케이프 코드’ 워치는 HERMÈS. 5 30mm 그레이 다이얼의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30mm’ 워치는 OMEGA. 6 19.7mmx15.2mm·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남성 워치 시장을 지배한 것은 크고 볼드한 워치였다. 힙합 무대나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서도 손목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워치가 일종의 성공의 상징으로 소비됐다. 그런데 최근 워치 시장의 흐름이 달라졌다. 언뜻 브레이슬릿처럼 보일 만큼 작은 ‘스몰 다이얼’ 워치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가장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은 얼마 전 라이즈 원빈이 보여준 공항 패션! 크롬하츠 톱과 거대한 백보다도 이목을 끈 건 그의 손목 위에 자리한 샤넬 프리미에르 워치였다. 오랜 시간 여성들의 로망이었던 프리미에르를 원빈이 착용한 모습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BTS 뷔 역시 남달랐다. 까르띠에의 대표적인 여성용 모델, 팬더 드 까르띠에 스몰 사이즈를 착용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나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티모시 샬라메도 예외는 아니다. 2024년 골든 글로브에서는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여성용 까르띠에 크래쉬를 차고 등장했고,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 카펫에서는 1960년대 빈티지 까르띠에 미니 베누아를 착용하고 등장한 것. 이들의 선택은 시계가 더 이상 성별의 경계 안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0mm 이상의 볼드하고 큰 사이즈의 다이얼이 주를 이루던 워치 시장이 왜 30mm대 사이즈의 다이얼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이는 소비자와 브랜드가 동시에 지향하는 스타일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빅 로고와 오버사이즈 트렌드를 점차 ‘과시적’으로 인식하며 절제된 디자인과 사이즈가 차세대 미학으로 부상한 것. 이러한 트렌드는 워치 시장의 ‘주얼리화’와도 맞닿아 있다. 한 워치 브랜드 관계자는 “최근 시계는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를 넘어 주얼리나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한다. 또 “작은 다이얼의 시계는 브레이슬릿처럼 손목을 장식하는 주얼리적 매력과 함께, 오버사이즈 다이얼 시계보다 가볍고 편하게 착용할 수 있어 선호한다”고 말했다. 시계 구매 기준이 성별의 기준보다 개인의 취향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브랜드가 까르띠에다. 지난 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산토스 드 까르띠에’ 스몰 모델을 공개하며 스몰, 미디엄, 라지, 엑스트라 라지까지 총 네 가지 라인업을 완성했다. 스몰 모델은 기존 메인 사이즈인 35.6mm×42.5mm보다 한층 작아진 27mm×34.5mm 사이즈로 이는 단순히 크기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에르메스는 31mm 사이즈의 케이프 코드 워치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남녀 구분 없이 인기라고. 이런 사이즈의 변화는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워치메이킹 기술력의 향상을 통해 이뤄낸 성과와도 관련 있다. 특히, 혁신적인 ‘소형화’를 제시한 브랜드는 오메가로, 4년 만에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 30mm 컬렉션을 출시했다. 기존 오메가 아쿠아 테라를 대표하는 41mm와 38mm 사이즈를 과감히 축소했는데, 주목할 점은 단순히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무브먼트와 설계 전반에 걸친 기술적 소형화를 이루어냈다는 데 있다. 케이스와 다이얼, 브레이슬릿까지 30mm 컬렉션에 맞게 새롭게 설계했으며, 작은 크기 안에 오메가의 세계 최초 항자성 무브먼트 기술인 ‘코-액시얼 오토매틱’ 무브먼트까지 장착했다. 불가리 또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계식 무브먼트 중 하나인 인하우스 ‘마이크로 칼리버 피콜라씨모무브먼트’를 기반으로, 주얼리와 워치의 형태를 결합한 시크릿 워치를 선보이며 섬세한 축소 기술과 디자인 혁신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제 스몰 다이얼 워치는 단순한 크기의 문제가 아닌, 워치메이킹의 기술력과 스타일을 동시에 보여주는 새로운 코드로 자리 잡았다. 시대적 미학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어떤 새로운 디자인의 워치가 등장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19.7mmx15.2mm· 7.5mm 사이즈의 ‘프리미에르 아이코닉 체인 더블 로우’ 워치는 CHANEL WA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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