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익숙한 전통에 현대의 감성을 입힌 찹쌀떡
- 전통의 가치를 잇는 젊은 감성의 떡 브랜드
- “전통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이어가는 것”
떡 한 알에도 시간의 결이 스며 있다. 한강몽 찹쌀떡은 그 익숙한 전통의 맛 위에 지금의 감성을 더하며, 전통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지켜야 할 유산’으로만 여겨졌던 떡을 ‘누구나 즐기는 감성 디저트’로 바꿔낸 이는 젊은 여성 창업가 홍민지 대표다. 그는 세월의 맛을 잇되 그 안에 현재의 감각을 담아냈다. 전통을 해석하는 방식 하나로 시장의 시선을 뒤흔든 홍 대표의 여정은 결국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통의 향기에 감성 한 스푼 추가, ‘한강몽’
대기업에서 9년간 안정된 커리어를 쌓던 홍민지 대표는 어느 날 문득, 정해진 길 위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회가 말하는 ‘정석의 인생’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엔 늘 ‘내 일’을 향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임신으로 잠시 일을 쉬던 중 평소 좋아하던 떡이 꿈에 등장했다. 꿈속에서 그는 떡집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떡의 향, 손끝의 감촉,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생생했다. “딸 한강이를 품고 있을 때 꾼 꿈이었어요.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죠. 한강이가 제게 보내준 메시지 같았어요.” 그날 이후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떡을 배우러 나섰고, 일주일 만에 점포 계약을 마쳤다. 그렇게 시작된 ‘한강몽’은 아이의 태명이자 그 꿈이 품은 확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전통을 새롭게 잇는 일, 그건 제게 숙명이었어요.” 새벽마다 떡을 빚고 낮에는 포장과 배달을 직접 하던 나날은 고됐지만, 열정이 그를 버티게 했다.
창업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대형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 제안을 받았다. 브랜드 인지도도 마케팅 경험도 없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떡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냐’, ‘디저트 같지만 전통의 향이 느껴진다’라는 반응이 이어졌고, SNS에서는 ‘연예인도 즐겨 찾는 떡’, ‘줄 서서 사는 감성 떡’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팝업은 연일 완판 행진을 기록했고, 그는 “진짜 내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닿았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었다”라고 당시 회상했다. 이후 여러 유통사로부터 협업 제안이 이어지며 한강몽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홍보보다 ‘맛’으로 인정받은 첫 성과였다.
홍 대표는 전통떡의 올드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전통은 지키는 게 아니라 이어가는 거예요. 형태보다 정신이 중요하죠.” 그는 떡의 본질은 그대로 두되,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변주했다. 모든 제품은 100% 국내산 찹쌀을 사용하고, 방부제·색소 없이 당일 생산으로만 판매된다. 한정된 수량만 고집하며 대량 생산 대신 일관된 품질을 선택했다. “많이 파는 것보다 오래 사랑받는 게 중요하죠.” 그의 대표 메뉴 ‘곶감 크림치즈 찹쌀떡’은 한강몽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곶감의 깊은 단맛과 크림치즈의 부드러움, 호두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낯설지만 조화로운 맛을 완성했다. 한 고객은 ‘호떡 같기도 케이크 같기도 하다’라고 표현했다. 홍 대표는 이 한 조합을 완성하기 위해 수백 번의 시도와 실패를 거듭했다. 반죽의 수분, 온도, 숙성 시간을 정밀하게 조정하며 완성된 ‘한강몽식 반죽’은 지금의 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가능하게 했다. “떡은 감각과 과학의 경계에 있어요. 손끝의 느낌이 수치로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죠.” 제품을 개발할 때 그는 늘 사람을 중심에 둔다. 새 메뉴를 출시할 때마다 수천 명의 고객에게 무료 시식을 진행하며 피드백을 받는다. “맛은 결국 사람의 언어로 완성돼요. 듣고, 고치고, 또 듣는 과정이 중요하죠.” 그렇게 한강몽은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홍 대표는 떡을 ‘전통의 음식’이 아닌 ‘감성의 언어’로 확장시켰다.
세대를 잇고 감성으로 기억되는 브랜드
한강몽의 떡은 세대를 연결한다.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각의 디저트로, 중장년층에게는 잊고 있던 추억의 맛으로 다가간다. “젊은 사람에게는 새로움이고, 어른에게는 기억이에요. 두 감정이 한입 안에서 만날 때, 진짜 전통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홍 대표의 말처럼, 한강몽은 한입의 떡으로 세대의 벽을 허문다. 한 고객은 “6·25 시절 먹던 떡 맛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또 다른 고객은 “고향의 냄새 같다”며 매일같이 매장을 찾았다. 떡은 그들에게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마음의 기억이었다.
그는 계절의 한계조차 브랜드의 개성으로 바꿨다. 여름철 떡의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차갑게 즐길 수 있는 ‘아이스 라인’을 개발했다. 아이스 떡 파르페, 냉동 과일 찹쌀떡 등은 젊은 고객층의 폭발적 반응을 이끌며 여름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전통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간 것이다. “전통이란 굳은 게 아니라 흐르는 거예요. 그 안에서도 감성은 변하고, 시대는 이어집니다.” 포장은 한강몽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그는 떡을 ‘선물하는 디저트’로 정의한다. 전통 한지와 금박, 리본을 활용한 포장은 미학적으로 완성도가 높다. 고객이 직접 색상과 도장을 고를 수 있는 맞춤형 포장 시스템은 주는 사람의 마음과 받는 사람의 감동을 모두 담았다. 반면 택배 포장은 불필요한 재질을 줄여 환경을 고려했다. 이런 세심한 접근은 한강몽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떡을 먹는 순간의 감동이 포장에서도 이어져야 해요. 그것까지가 한강몽의 맛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여전히 매일 아침 새로운 고객에게 또 다른 만족을 전하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연다. 수많은 주문이 몰려와도 직접 제품을 점검하고, 품질 유지를 위해 하루 생산량을 제한한다. 재구매율 5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는 이유도 그 꾸준함과 성실함 덕분이다. 홍 대표는 말한다. “홍보 대신 맛으로, 말보다 진심으로.” 이제 그의 시선은 세계로 향한다. 전통 재료에 유제품과 버터를 결합한 새로운 레시피를 연구하며, K-디저트의 세계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떡을 단순한 상품이 아닌 문화의 언어로 본다. “서양의 디저트가 화려함이라면, 우리의 떡은 진심이에요. 그 느림과 따뜻함을 세계에 전하고 싶어요.” 한강몽은 오늘도 전통의 온도를 지키며 미래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여정은 한강에서 시작해 바다를 건너 이제 세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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