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염탐하는 당신
밤이 되면 당신은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켭니다. 익숙하게 그의 이름, 혹은 그가 쓸 법한 아이디를 검색창에 입력하죠. 이건 단순한 호기심이나 미련이 아니라는 걸 당신 자신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거의 의식(儀式)에 가깝습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는지, 상태 메시지에 어떤 의미심장한 문구가 걸려 있는지,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의 목록에 누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행위.
그것은 마치 고고학자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폐허가 된 무덤을 파헤치는 일과 같습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진실의 파편이라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그 행위가 당신의 영혼을 조금씩 파묻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합니다.
이 행동을 ‘사이버 스토킹’이라는 차가운 단어로 규정하면, 당신은 스스로를 형편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될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강박적인 염탐은, 그가 당신의 현실 감각을 송두리리째 흔들어 놓고 떠나버린 그 자리에서, 어떻게든 이야기의 조각을 맞춰보려는 생존자의 필사적인 몸부림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어떤 설명도, 진실한 사과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의 디지털 흔적 속에서, 그가 지워버린 당신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그곳은 당신이 찾고 있는 답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당신을 영원히 과거에 가두는 가장 정교한 디지털 감옥이라는 것을요.
당신이 그의 SNS에서 결코 찾을 수 없는 것들
당신은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스크롤하며 무엇을 찾고 있나요? 아마 이 세 가지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제가 미리 말씀드리죠. 그 세 가지는 그곳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1. 진실 혹은 그의 후회
당신은 혹시 그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흔적, 혹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는 기미를 찾고 있나요? 소설 같은 이야기죠. 나르시시스트에게 SNS는 진솔한 감정을 나누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곳은 오직 ‘나는 이렇게나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완벽하게 연출된 무대일 뿐입니다. 그가 올리는 화려한 음식 사진, 새로운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 의미심장한 성공의 암시는 모두 관객(바로 당신 같은)을 의식한 연기입니다.
그의 온라인 페르소나는 관계 속에서 당신을 속였던 그 가면의 연장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당신은 마네킹의 SNS를 들여다보며 눈물을 흘리기를 기대하고 있는 셈입니다.
2. 그의 불행
솔직해져 볼까요? 당신은 어쩌면 그가 당신 없이 불행하기를, 그래서 당신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당신에게 너무나 불리합니다.
그가 만약 불행한 티를 낸다면, 그것은 새로운 동정심을 유발해 또 다른 먹잇감을 찾으려는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이것입니다. 그는 당신 보란 듯이 행복을 과시할 겁니다. 새로운 연인과의 사진을 올리고, 당신과는 한 번도 가지 않았던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겠죠.
그리고 그 모든 게시물은 당신의 심장을 겨냥한 보이지 않는 화살이 될 겁니다. ‘너 없이도 나는 아무렇지 않아. 아니, 너 없어서 더 행복해. 문제는 너였어.’ 그의 SNS는 당신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기 위해 그가 파놓은 함정입니다.
당신은 왜 스스로 그 함정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나요?
3. 당신 이야기의 진짜 결말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이 모든 혼란을 끝내줄 ‘진짜 결말(Closure)’을 찾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 이야기의 결말은, 그의 인생이라는 다음 챕터에 부록처럼 실려 있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의 삶을 계속 들여다보는 한, 당신은 그의 이야기에서 퇴장하지 못한 채 주변을 맴도는 희미한 유령으로 남게 됩니다.
진정한 의미의 종결은, 당신이 그의 책을 덮고 당신 자신의 책을 펼칠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그의 다음 페이지가 어떻게 채워지는지는 이제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넘어, 영혼의 해독으로
그의 계정을 차단하고 삭제하는 것은 단순히 그의 소식을 보지 않겠다는 ‘디지털 디톡스’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당신의 영혼을 잠식했던 독을 빼내는 ‘해독’의 과정이며, 당신 자신을 향한 가장 적극적인 구조 활동입니다.
첫째, 모든 정보는 당신에게 독입니다. 그의 소식 하나하나는 당신의 뇌에 남아있는 ‘트라우마 본딩’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방아쇠입니다.
그의 웃는 사진 한 장은 당신의 회복 시계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당신이 애써 쌓아 올린 평온을 한순간에 무너뜨립니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완벽한 정보의 차단입니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당신을 살리는 유일한 약이 됩니다.
둘째, 당신의 무대를 되찾아야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그의 삶을 염탐하는 동안, 당신의 귀중한 시간과 감정, 에너지라는 스포트라이트는 온전히 그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는 이미 당신의 무대에서 내려갔는데도 말이죠. 이제 그만 그에게 향한 조명을 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스포트라이트를 돌려, 온전히 당신 자신을 비춰야 할 때입니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누구와 함께 웃을 때 행복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비춰야 합니다.
그의 계정을 차단하는 버튼을 누르는 것은, 그에 대한 미움의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에 대한 사랑의 시작입니다.
그를 당신의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그 작은 행동이, 당신의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게 할 첫 문장이 되어줄 겁니다. 이제 그만, 그 어두운 무덤에서 나오세요.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으니까요.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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