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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플러스] 대리모 계약

경기일보 2025-10-01 14:22:53 신고

김종훈 변호사

H(남)와 W(여)는 부부다. 이들 부부는 인터넷 ‘대리모 카페’를 통해 알게 된 X(여)와 다음과 같이 계약했다. ‘X가 난자와 자궁을 제공해 아이를 출산해 주면, 부부는 그 대가로 8천만원을 지급한다’.

 

이 약정에 따라 X는 자신의 난자와 H의 정자를 체외 수정한 배아를 X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험관 시술을 받아 S를 임신했고 이후 출산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2므15371 판결은 이 사안을 다뤘다. 이 사안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다. 부부와 X가 맺은 계약은 이른바 대리모 계약(보조생식 시술을 통해 임신·출산한 자녀를 타인에게 인도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

 

대리모 계약은 유효한가. 대리모 계약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출생한 자녀를 거래의 객체로 삼는다. 대리모 계약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형성된 모자간의 정서적 유대관계를 깨뜨려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따라서 대리모 계약은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 무효다. 이것이 대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다.

 

이 사안에서 X는 자신이 출산한 S에 대한 친생모의 권리 일체를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는 대리모 계약의 일부이거나 그 연장선상에서 체결된 것으로 진실한 친자관계를 부정하고 모(母)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박탈하는 것이므로 역시 무효이다. 모자 관계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사실에 의해 그 관계가 명확히 결정되는 자연적 친자관계이다. 따라서 X와 S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한다면, 설령 무효인 대리모 계약에 바탕을 두었더라도, X는 S의 모(母)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것이 대법원의 두 번째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 X는 자신이 S의 모(母)임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을 제기했고 제1심과 항소심 법원은 위 법리에 따라 X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의 전체 사실관계는 위에서 제시한 단순한 사안보다 좀 더 복잡하고 씁쓸하다. S를 인도받은 부부는 S를 친생자로 신고했고, 정성으로 양육했다. 그러나 이후 X는 출생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여러 차례 부부를 협박해 거액의 돈을 갈취했고 결국 공갈죄 등이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S는 11세가 됐을 때 이러한 사실을 알고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 미국으로 출국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위에서 검토한 일반 법리에 따라 X의 청구를 받아들여야 할까. 대법원은 일반 원칙에 따르면 특정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그 권리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권리남용으로 볼 수 있다면 이를 배척할 수 있다는 법리를 확립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자녀의 복리는 친자관계의 성립과 유지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므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통해 진실한 신분 관계를 귀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자녀의 복리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소송도 예외적으로 소권의 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을 다시 원심 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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