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 지친 K게임···‘AI 비전’ 속 비친 ‘머니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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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기억 속 지친 K게임···‘AI 비전’ 속 비친 ‘머니 게임’

이뉴스투데이 2025-09-08 08:00:00 신고

최근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해 5팀에 선정된 엔씨소프트 외에 다른 게임사들도 잇달아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Gemini] 
최근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해 5팀에 선정된 엔씨소프트 외에 다른 게임사들도 잇달아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Gemini] 

[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최근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해 5팀에 선정된 엔씨소프트 외에 다른 게임사들도 잇달아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상반기 주요 게임사들의 AI 연구개발(R&D) 비용도 증가했다. AI를 활용해 게임 개발 비용을 낮추면서 게임 품질을 높이는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동시에 AI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넥슨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들은 최근 공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AI 연구개발(R&D)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먼저 넷마블의 상반기 R&D 비용은 30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2.6%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넷마블은 생성형 AI 연구 조직인 ‘AI&Tech랩’을 중심으로 딥러닝(심층학습)으로 이상 행위를 탐지하는 ‘게임 이상 탐지’, 강화학습을 통해 이용자 행동 패턴을 재현하는 ‘게임 플레이 봇’, 음성 파일 기반 얼굴 애니메이션 생성 등 다양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향후 주력할 R&D 연구 계획은 기존 AI 프로젝트에 최신 AI 기술을 지속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며 “게임 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용자 맞춤형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AI 기반 애니메이션 생성, AI 플레이어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상반기 R&D 비용은 83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5%를 차지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19.2%)보다 크게 상승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반기 AI 관련 연구 성과로 딥러닝을 이용한 사용자 예측 시스템 구축, 딥러닝 AI 모델 개발 등을 꼽았다.

넥슨의 자회사 넥슨게임즈는 상반기 R&D에 404억원을 쏟았다. 이미 지난해 전체 R&D 비용(721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금액이다. 전체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45%로 절반 수준. 넥슨게임즈는 상반기 총격전 AI 제작, 캐릭터 1대1 AI 대화, 딥 러닝 연구 등에 주로 투자했다. 넥슨 관계자는 “장애물을 찾거나 적에 대한 공격 효율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한 현대전에는 전용 총격전 전술 AI가 필요하다”며 “게임 캐릭터에 대한 감정 몰입을 높이는 차원에서 1대1 AI 대화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의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이미 지난해 전체 연구개발비(4247억원)의 절반을 넘은 28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다. 크래프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초거대모델 학습, 딥러닝 학습, 딥러닝 데이터 설계·수집·가공, GPT를 사용해 대화·추리의 재미를 가진 게임 개발 등 다양한 R&D 과제를 수행했다. 상반기 추진한 주요 연구 과제 61개 중 3분의 1 이상이 AI 관련 연구였다.

크래프톤은 2022년 AI 전담 연구 조직인 딥러닝 본부를 설립하고 게임에 접목할 수 있는 AI 기술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누적 AI 투자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승리의 여신: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시프트업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AI 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시프트업 관계자는 “구글의 알파고로 시작해서 오픈AI까지 딥러닝을 기반으로 한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게임 개발 환경과 콘텐츠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며 “AI를 기반으로 많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생산해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게임 플레이의 다양성을 확보해 시프트업의 제작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정부 주관 국가대표 AI 기업 5팀에 선정된 NC AI의 모기업 엔씨소프트는 2023년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대규모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개발했다. 지난 2월에는 AI 개발과 상품화를 전담하는 NC AI를 분사해 패션,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AI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상품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바르코 아트 패션’은 국내 주요 패션기업 10곳에 도입돼 신상품 개발 주기를 절반으로 단축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미디어 기업에는 콘텐츠 자동 제작, 실시간 번역 엔진 등을 제공 중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AI 기술 확장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임 이용률은 흥행작 부재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대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확산으로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선 지난해 국내 게임 이용률은 59.9%로 집계됐다. 이 수치가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도 NDC25에서 게임산업 위협 요인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비게임 앱 확장을 첫 번째로 꼽은 바 있다. 

AI 기술은 이미 게임 개발 3대 분야인 ‘기획·프로그래밍·아트’ 전반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의 경우 하반기 신작 ‘아이온2’에 텍스트 번역, 강화학습 보스 등 AI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구글 클라우드가 최근 미국·한국·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 등지의 게임 개발자 6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이미 AI를 개발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97%는 생성형 AI가 업계를 재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AI는 플레이 테스트, 현지화, 아트, 대화 스크립트 작성, NPC 디자인 등 다양한 영역에 쓰이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국내 주요 게임사는 오랜 기간 데이터와 기술 역량을 쌓았다”며 “게임사가 AI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움직임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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