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처음에는 많이 무서웠다. 길을 걷다 동시에 멈춰진 시선의 순간들이 선명하다. 예쁜 것을 함께 보는 그 순간에, 어느 날 이런 풍경을 혼자 보게 되면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만은 볼 수 없을 것 같아 무서웠다. 좋은 순간을 눈으로 담을 때, 동시에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시각과는 또 다른 감각이라 지울 수 없게 남아 버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그 이상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 자주 좋은 시간이 반복되면서 이상하게도 무서움은 줄어들고 익숙함이 피어나고 있다. 곧이어 믿음이라는 단어가 올라오면서 무서움과 익숙함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그 상태로 멈춰버렸다. 지금은 그 상태 그대로 영원히 멈춰있을 것만 같다. 나는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사람을 믿으며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는 것을 택했다.
내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은 항상 분주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가끔은 그 사람의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본다. 메트로놈처럼 박자를 맞춰 리듬감 있게 나의 할 일로 나아간다. 아무래도 그 속도는 못 따라가겠다고 생각하며 집중력은 금방이고 잠잠해져 버리지만 반대로 그 투닥거리는 키보드 소리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작은 보폭을 빠르게 옮긴다. 공간을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살피고 고쳐내는 것을 슬쩍 곁눈질로 지켜보다 보면 이상하게 피어나는 든든한 마음에 스스로 웃기다.
작업부터 전시 관람, 영화 보기 등을 함께 하며 너무나 많은 시간 속에 우리는 엉켜있다. 매일 보면 질리는 것들이 많은 스스로에게 한심한 참이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변덕쟁이는 아닐 수도 있겠다. 어느 시점 이후부터 이상하게 충전된다. 오늘도 일어날 만했고, 이상하게도 계속 걸을 만하다.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기분에만 초점을 맞추던 나였지만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에 대해 집중해 보기로 했다. 한 사람으로부터 뺏는 게 아닌 얻는 에너지를 신기하게 느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동되는 이 에너지의 원천을 따라가 본다. 원천으로부터 삐져나온 투명한 화살표가 그 사람에게까지 닿아 있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걱정이 된다. 나도 에너지가 될 수 있을까?
어느 날에 느꼈던 오늘도 함께 하지 못함에서 오는 분통함과 두려움도 선명하다. 그 순간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길에서 아이처럼 울뻔했다. 버릇을 잘 못 들였다며 자신을 탓했지만 내가 느낀 두려움이 정말 단순하게 부재에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가끔 그 사람과 나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 옆에 그가 없음과 내가 그가 될 수 없음을 동시에 느낀다. 모든 것을 함께 하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있지 않다는 것 그것을 깨닫는 중이다.
어두운 밤에도 에너지를 얻기 위해 네이버 지도를 켜고 좌표를 찍어본다. 그곳에 당도하기 한참 전부터 에너지가 돌지만, 등을 돌리면 발걸음이 축축 처지기 시작한다. 오늘도 집에 늦게 도착했고 제 할 일을 다한 로봇이 전원선 뽑히듯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다시 아침에 스스로 코드선을 꼽고 하루를 시작한다. 지치지 않고 계속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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