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상조업계가 시장 성숙기에 집입하면서 경쟁에 밀려난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선수금 규모가 수천억 원을 넘어서는 대형 업체들조차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폐업, 등록취소, 합병 등으로 상조업을 그만둔 업체는 총 22개사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무리한 비상조 상품 확장으로 경영이 악화된 위드라이프가 폐업했고, 피해는 고스란이 가입자들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중소형 업체의 퇴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상위권 기업들마저 실적 악화와 자금 운용 논란에 휘말리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뉴스락>뉴스락>은 상조업계 리더격인 웅진프리드라이프, 보람상조, 대명스테이션의 최근 재무 상황과 향후 전략을 톺아봤다.
프리드라이프, 웅진그룹 자금줄로 전락 우려
프리드라이프(대표 문호상)는 업계 최고 수준인 2조6천억 원의 선수금을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2,765억 원, 영업이익 998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 면에서는 가장 안정적이다.
그러나 웅진그룹이 인수하면서 재무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웅진그룹은 올해 1분기 기준 3,900억 원의 차입금 중 91.4%가 1년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이며, 현금성 자산은 고작 514억 원에 불과해 상환 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프리드라이프가 보유한 선수금은 법적으로 50% 이상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해 실질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웅진이 프리드라이프의 배당을 통해 그룹 차입금과 이자 비용을 해결하려는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웅진은 코웨이 인수 후 배당금으로 차입급 등을 감당하려다 결국 3개월 만에 매각한 전례가 있다.
이정선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상조업계의 선수금은 부채로 처리되고 장례를 치룬 후에 수익으로 인식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큰 기업일수록 수익성이나 재무상태가 악화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람상조, 건전성 유지에도 결손금 부담
보람상조(회장 최철홍)의 매출과 재무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누적 결손금으로 인한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람상조는 지난해 1209억원의 매출과 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년대비 매출은 약 20%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약 36% 감소하면서 수익성은 위축된 상황이다.
또한 보람상조는 상조 특성상 총 4573억원의 선수금이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약 666%의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결손금 294억 원으로 인해 자본총계 759억 원 중 38%가 잠식된 상태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재무 건전성에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다만 유동자산이 유동부채의 약 3배에 달해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이에 보람상조는 위축된 수익성을 회복하고 시장 성숙기인 상조업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보람상조는 최근 웨딩, 반려동물 장례, 크루즈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통해 상조업의 사업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 대신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가구가 급증함에 따라 이색 서비스인 '펫츠비아'를 통해 반려동물 사후에 생체 보석을 유족에게 제공하는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보람상조 관계자는 "초고령화 시대에 맞춘 여가·건강 서비스는 물론 MZ세대, 반려동물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품의 다양화, 디지털화 등을 통해 신규 시장을 선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명스테이션, 적자 지속 속 계열사 자금 대여 논란
대명스테이션(대표 최성훈)은 빠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익성과 재무적 안정성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1조4천억원의 큰 규모의 선수금을 보유한 대명스테이션은 지난해 2559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전년 대비 약 172%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3년 연속 적자 속에서 영업손실 174억 원, 누적 결손금 1,820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모회사 소노인터내셔널에 500억 원을 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객 선수금을 계열사 자금줄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대명스테이션은 위축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약 1조4천억원의 선수금은 전년 대비 15.32% 증가한 것으로 꾸준히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회원 전용 멤버십 서비스·초특가 쇼핑몰 등 강화된 혜택이 이를 견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맞춰 여가·레저 등의 상품을 기획해 노후에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여행 상품 등도 기획했다.
대명스테이션 관계자는 "대명스테이션은 매년 20만 건 이상 신규 구좌를 창출하고 있으며, 다각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며 "고객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선택의 폭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장 재편 가속…투명성·자본 여력 관건"
상조업계의 재무 불건전성은 고객들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개선될 필요성이 크다.
상조회사가 폐업하거나 재정상태가 악화되면 고객들에게 환급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상조업계에서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내세우는 전자제품 결합 상품 등의 계약 시에도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3년간 상조서비스 가입 피해로 인한 소비자 상담 건수가 ▲2022년 2869건 ▲2023년 2585건 ▲2024년 3533건으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같은 기간 총 477건으로 이 중 64.4%는 계약해제 혹은 청약철회 거부 시 결합상품 비용을 과다하게 공제하는 부당한 계약의 문제였으며, 21.6%는 상조업체 폐업으로 인한 피해 혹은 상조서비스 이용 시 추가금을 요구하는 등의 계약 불이행의 이유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조기업 상품 계약시 판매자의 구두 계약을 온전히 믿어서는 안되며, 조항을 꼼꼼히 살피고 계약을 진행해야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뉴스락 미니인터뷰] 이정선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
상조시장 앞으로 더 활성화 될 것, 하지만 여러가지 개선 필요해
이정선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상조업계의 수익성과 재무상황이 위축돼 보이는 현상은 상조업계의 회계처리 특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령화가 심화되고 사망자도 늘어나면서 상조업계에 가입하는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상조기업의 회계처리상 선수금이 부채로 인식되고 가입하는 고객이 많아질수록 재무상태가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한 앞으로도 20~30년간 고령자들이 늘어나면서 상조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교수는 약 70여개의 국내 상조기업 중 극소수의 기업들만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며, 영세업자들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영세 사업장은 큰 기업 산하에서 하청을 받아 장례를 진행하며 수익을 내기도 하지만 일정 수준의 커미션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크게 남지 않아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또한 소규모의 상조기업의 경우 선수금을 통해 자금을 운용할 여력이 없어 장례를 진행한 뒤 대금을 받는 후불식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상조기업의 폐업이나 불공정한 계약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 상조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이후 폐업이 급증해 소비자들의 피해가 막심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수금의 50%를 안전한 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법이 제정됐지만 아직 모든 피해를 구제하기엔 부족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상조업계의 불공정한 계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단순한 과태료 등의 규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영업정지 등과 같은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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