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미 칼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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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칼럼] 꽃

문화매거진 2025-07-11 13:35:14 신고

▲ 사진: 권선미 제공
▲ 사진: 권선미 제공


[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나는 꽃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생화를 꽂아서 집에 장식해두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 생화 하나만 들여도 꽃이 시들기 전까지는 마치 내가 자기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게 ‘조화’여서는 안된다. 무조건 ‘생화’여야지만 그런 기분이 든다. 그 기분이 착각이라 할지라도 분명 그 꽃 하나만으로 그 주의 기분이 온전히 달라지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 전시를 하면서 오랜만에 꽃을 잔뜩 받았다. 주로 여자인 친구들이 꽃을 많이 주었는데, 꽃이란 무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꽃다발이 있다. 그건 시골길에 무심히 피어있는 꽃들을 내 생각이 났다며 꺾어다 줄 누군가의 꽃다발이다. (도시의 꽃은 함부로 꺾었다간 잡혀갈 테니까.) 자연이란 모름지기 그대로 두어야 한다지만, 그 옛날 누군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너에게 줄 예쁜 것을 고르고 고르다 꽃을 꺾어다 주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넘치는 마음을 표현할 가장 원초적인 선물이 아니었을까?

▲ 전시에서 받은 꽃의 일부(원래는 더 풍성했다) 단골 식당에 갔다가 식당 사모님이 꽃이 너무 특이하고 예쁘다며 눈을 못 떼시기에 행복을 조금 나눠 드렸다 / 사진: 권선미 제공
▲ 전시에서 받은 꽃의 일부(원래는 더 풍성했다) 단골 식당에 갔다가 식당 사모님이 꽃이 너무 특이하고 예쁘다며 눈을 못 떼시기에 행복을 조금 나눠 드렸다 / 사진: 권선미 제공


자연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뻐할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니 네가 한 번만 희생해 주면 안 될까 싶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헌신적이라고도 하지만 이기적이기도 한 것 같다.

예전에는 꽃을 받는 게 너무나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기뻐서, 그리고 부담스러워서 전시에 오는 모두에게 꽃을 사 오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받는 때만큼은 기쁘지만, 그 후에 꽃이 시들어서 꽃을 쓰레기통에 버려야만 하는 때가 오면 누군가의 마음을 버리는 기분이 들곤 해서 괜한 미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비싼 꽃다발일수록 더더욱 심했다. 물건이나 먹는 것이라면 오래 쓰고 한번 맛있게 먹는 것으로 그만인데, 생화는 분명 말라비틀어지면 버려야만 한다. 게다가 말라비틀어지기까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때때로는 여러 슬픈 감정들을 동반하기도 했다.

나의 이런 생각을 주변인 중 누군가에게 터놓은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꽃을 사다 주는 사람들은 물론 너를 위해서 그 꽃을 사다 주는 것도 있지만, 꽃을 사서 선물하는 사람 스스로도 기분 전환과 동시에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일 거라 말했더랬다. 나는 받아서 부담스러운 나만 생각했지, 주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다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꽃을 마음껏 선물해 주시라!) 그들이 나를 헌신과 이기로 축하해 주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그 마음은 알지 못하고 그저 꽃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거다.

▲ 내가 선물했던 꽃들. 작은 꽃송이들인데도 선물하는 내 마음도 받는 사람의 기분도 몽글몽글해진다. 난초꽃과 빨간 장미 한 송이 그리고 오렌지와 후레지아 / 사진: 권선미 제공
▲ 내가 선물했던 꽃들. 작은 꽃송이들인데도 선물하는 내 마음도 받는 사람의 기분도 몽글몽글해진다. 난초꽃과 빨간 장미 한 송이 그리고 오렌지와 후레지아 / 사진: 권선미 제공


분명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행복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했다. 그렇다면 응당 선물을 기쁘게 받아주어야 하는 것이 예의이기도 할 터. 부담스럽다면 받은 만큼 나중에 돌려주면 되는 것이다.

왜인지 기쁨이라는 감정은 슬픔이나 우울이라는 감정들보다 그리 길지가 않다. 나는 그 기쁨이 사그라지는 시간이 꽃이 시드는 시간과 비슷하다 느낀다. 아니. 기쁨은 그보다 빨리 가시곤 한다. 분명 기쁜 날에 꽃을 선물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쁨이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기를 기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꽃을 말리고 레진에 굳혀 썩지 않게 오래오래 박제해 간직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제된 꽃은 희소성이 없어서인지, 그때의 기쁨은 이미 휘발되었기 때문인지 그것을 바라볼 때의 감정은 기쁨보다는 아련함으로 다른 추억의 물건들과 같은 위치를 차지할 뿐이다.

전시에 왔던 사람들 중 축하할 일이 있는 몇몇에게는 작은 꽃다발을 선물했었는데 꽃다발을 고르고, 꽃을 포장해서 전시장까지 들고 가는 동안의 내 기분도 무척 행복했다.

꽃을 선물한다는 것은 행복을 선물하는 것이리라. 그러니 나는 길가에 꽃이 잔뜩 피어있으면 좋겠다. 꽃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언젠가 들꽃을 마음껏 꺾어 만든 꽃다발을 선물하고 싶다. 선물 받아보고 싶다. 피어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너를 위한 꽃다발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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