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헤어진 뒤에도 물어뜯을 듯 싸우는 킬리안 음바페와 파리생제르맹(PSG)이 결승 길목에서 만났다.
음바페는 지난해 여름 PSG를 떠나 자유계약으로 레알마드리드에 합류했다. PSG는 음바페를 구단에 남기기 위해 매해 놀랍기까지 한 방식들로 음바페를 사로잡았으나 완강히 저항하는 음바페를 견딜 재간이 없었다. 음바페는 레알로 이적한 첫 시즌 무관에 그쳤으나 리그에서만 31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르고, 모든 대회 56경기 43골을 집어넣으며 1992-1993시즌 이반 사모라노(37골)를 넘어 레알의 데뷔 시즌 최다 득점자에 오르는 등 자신의 진가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부상으로 남들보다 느리게 시작했던 클럽 월드컵에서도 음바페는 서서히 기어를 높이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모두 결장했던 음바페는 유벤투스와 16강에서 후반 23분 교체되며 처음 대회를 소화했고, 이어진 8강에서는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교체 투입돼 후반 추가시간 4분 아르다 귈러의 크로스를 놀라운 시저스킥으로 연결하며 레알에 3-2 승리를 선사했다.
이제 음바페는 PSG를 상대한다. 클럽 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적이라 해도 무방하다. PSG는 올해 겨울 파괴적인 윙어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를 영입하며 팀이 완성됐고, 승승장구한 끝에 창단 첫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리그, 국내 컵 등 모든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PSG의 마지막 슈퍼스타였던 음바페가 떠난 후 구단 전성기가 시작됐다는 건 다소 역설적이다.
음바페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승리가 간절할 테다. 단순히 친정팀에 자신의 이적이 옳았음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음바페는 PSG에 있던 시절부터 구단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워왔고, 레알로 건너온 뒤에도 PSG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음바페는 지난해 대리인을 통해 PSG가 2024년 4월부터 6월까지 5,500만 유로(약 885억 원) 상당의 임금과 보너스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UEFA와 프랑스 프로축구리그 법률 부서에 임금 체불 문제를 신고했다. PSG는 음바페가 자유계약으로 떠나는 조건으로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는 약속을 했다며 자신들이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건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번에는 PSG를 정신적 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음바페의 법무팀은 올해 4월 2023-2024시즌을 앞둔 여름 이적시장에서 PSG가 음바페에게 한 대우는 부당한 괴롭힘이라며 관련한 조치를 취할 거라 이야기했고, 지난달 이를 현실화했다. 파리 검찰은 음바페가 PSG에서 당한 ‘로프팅(Lofting)’과 관련해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로프팅은 프랑스에서 스포츠, 행정, 징계 등을 이유로 선수를 1군에서 격리하거나 제외하는 관행을 일컫는다.
이러한 배경이 있어 레알과 PSG의 클럽 월드컵 4강은 음바페와 PSG 구단이 벌이는 법적 공방의 대리전처럼 여겨진다. 두 팀의 맞대결은 오는 1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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