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제한 규제가 임대차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상 갭투자가 금지되면서 전세 매물 감소와 동시에 전셋값 상승, 월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임대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61.6%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서울 지역 월세 비중은 63.9%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2021년까지만 해도 서울의 월세 비중은 44.7%에 불과했지만, 매년 빠르게 증가해 2024년 들어서는 60%대를 넘어서며 '전세의 월세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주택 유형과 상관없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2021년 39.9%에서 올해 44%로 상승했고, 비(非)아파트 유형에서는 같은 기간 46.8%에서 74%까지 급등했다.
특히 비아파트 시장의 월세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서민 주거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력이 부족한 서민층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면서 이로 인해 주거비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전세 제도는 역사적 기능을 다했다"라며 "앞으로는 월세 시장을 제도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세 매물 감소와 동시에 월세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달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49㎡의 경우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50만 원으로 계약됐다. 2년 전 같은 조건에서 월세가 327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23만 원 인상된 셈이다.
이제 '전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나
마포구 창천동의 '쌍용예가' 84㎡ 역시 2024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240만 원으로 계약됐으나, 올해 6월엔 같은 보증금 조건에 월세가 280만 원으로 올랐다.
현장 중개업자들은 전세에서 준전세, 그리고 완전한 월세로의 전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마포구 신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매물 자체가 귀한 상황에서 대출 규제로 갭투자 수요까지 빠지면서 전세 공급이 더 줄고 있다"라며 "그 여파가 월세 수요로 몰리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도 "과거 월세 계약은 주로 빌라나 저가 주택에서 이뤄졌지만, 이제는 아파트에서도 보증금이 낮고 월세가 높은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라며 "보증금이 월세 12개월치 이하인 선진국형 월세 형태가 점차 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출 규제가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을 떨어뜨리면서 매매 수요가 임대차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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