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엔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맥주 한 잔으로 씻어내려 할 때, 함께 곁들이기 좋은 안주는 단연 튀김이다. 갓 튀겨낸 치킨, 바삭한 만두, 고소한 오징어튀김은 냄새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만든다. 튀김은 칼로리가 높고 기름에 절여진 조리 방식 때문에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튀김 요리에 자주 쓰이는 식물성 기름이 오히려 당뇨나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해롭다고 여겨졌던 튀김도 어떤 기름을 쓰느냐에 따라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콩기름·옥수수기름 속 ‘리놀레산’… 혈당과 염증 수치 낮춰
튀김에 흔히 사용되는 기름은 주로 식물성이다. 콩기름, 옥수수기름, 해바라기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름에는 오메가-6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리놀레산은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식품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 지방산이다.
2025년 미국에서 열린 ‘영양 2025’ 학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혈중 리놀레산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 수치, 염증 지표가 낮았다. 연구팀은 HOMA-IR, 공복 인슐린, 혈당뿐 아니라 CRP, 혈청 아밀로이드 A 등 염증 지표도 전반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미국 전역에서 모집된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의 혈중 지방산 조성과 공복 혈당, 인슐린 수치, 염증 지표를 분석한 결과, 리놀레산 수치가 높을수록 제2형 당뇨병의 주요 위험 인자인 인슐린 저항성이 낮고, 공복 혈당도 평균적으로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물론 인과관계가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식물성 기름이 심장 대사나 당뇨병 위험에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조건 피할 게 아니라 '적절한 조리'가 핵심
튀김 기름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로운 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기름은 온도와 시간이 맞지 않으면 유해 물질이 생길 수 있다. 기름마다 발연점과 권장 조리 시간이 정해져 있어 이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옥수수기름과 카놀라유는 200℃에서 20분 이내 가열할 때 유해 물질 생성량이 적었다. 반면, 콩기름과 올리브유는 180℃에서 15분 이내 가열해야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온에서 오래 조리하면 기름이 산화돼 맛이 변하고 유해 물질이 생길 수 있다.
산패는 기름을 공기에 오래 두면 맛과 냄새가 변하고 해로운 성분이 생기는 현상이다. 특히 개봉 후 시간이 지나면 산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므로, 식물성 기름은 구입 후 가급적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튀김 온도는 160~180℃가 적당하다. 이 이상으로 올라가면 기름이 탄 흔적이 생기고, 리놀레산처럼 유익한 성분도 파괴된다. 한 번 사용한 기름은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나면 발암 물질이 생길 수 있어 되도록 빨리 폐기해야 한다.
식물성 기름, 요리 방식에 따라 다르게 써야 한다
튀김 요리에만 식물성 기름을 쓸 필요는 없다. 볶음에는 콩기름, 튀김에는 카놀라유나 옥수수유, 샐러드에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처럼 향이 가벼운 기름을 곁들이고, 나물무침에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쓰는 식으로 조리 방식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기름을 고를 땐 발연점이 높으며,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많은 제품이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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