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고대 그리스 민주정의 토대가 된 와인부터, 잔 다르크를 잉글랜드군에 넘기게 한 부르고뉴 와인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와인이 만들어낸 극적인 순간들을 한 권에 담은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가 출간됐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등으로 역사 대중서의 스테디셀러 계보를 이어온 사람과나무사이 출판사의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10번째 책으로, 이번에는 ‘신의 음료’라 불린 와인이 어떻게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꿨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풀어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의 척박한 지리 조건이 와인 문화의 발달과 평민 농민 계층의 토론 문화를 낳아 결국 민주정을 싹틔웠다는 분석에서 출발한다. 또한 카롤루스 대제가 와인을 통해 정치·경제·종교를 아우르며 유럽 통합을 꾀했던 사례, 잉글랜드 왕실의 후원과 네덜란드인의 간척 기술, 나폴레옹 3세의 마케팅 전략이 결합돼 세계적 명산지로 자리매김한 보르도 와인의 역사도 담았다.
1976년 프랑스에서 열린 ‘파리 심판’에서 무명의 캘리포니아 와인이 프랑스의 최고급 와인을 제치며 일으킨 와인업계의 지각변동, 부르고뉴·샹파뉴·헝가리·독일·미국 등지에서 포도주가 역사와 얽히며 만들어낸 흥미로운 사건들도 빼곡하다.
특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철인들이 물을 섞은 와인을 즐겨 마신 이유”, “나폴레옹 3세가 어떻게 보르도 와인을 세계 브랜드로 만들었나”, “무함마드가 와인을 금지한 까닭”, “부르고뉴군이 잔 다르크를 잉글랜드에 넘긴 결정적 이유”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답을 통해, 와인을 매개로 인류사의 주요 쟁점을 조망한다.
역사, 지리, 문화, 종교, 경제가 얽힌 다층적 시선을 바탕으로 와인의 ‘천의 얼굴’을 탐험하는 이 책은 단순한 와인 입문서가 아니라 술의 사회·정치적 의미까지 풀어낸 본격 인문 역사서로서 가치를 더한다. 와인 한 잔과 함께라면 더욱 깊이 빠져들 만한 흥미로운 세계사 책이다. (사람과나무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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