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책] “왜 한국 노동자에겐 엑시트 옵션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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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CK 책] “왜 한국 노동자에겐 엑시트 옵션이 없을까?”

한국대학신문 2025-07-01 17:43:00 신고

(사진=오픈엑시트)
(사진=오픈엑시트)

[한국대학신문 정수정 기자] 수십 년을 한 직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해온 한국의 노동자들에게도 정작 자유로운 이탈, 즉 ‘엑시트’의 길은 쉽지 않다. 《오픈 엑시트》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조망하며, 동아시아 특유의 집단주의와 위계, 협업의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의 탈출을 가로막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짚는다.

저자 이철승은 이 책에서 ‘소셜 케이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의 학벌·연공제·내부 노동시장 등으로 얽힌 사회적 구조가 개인을 속박해온 과정을 분석한다. 동시에 인공지능 기반 자동화, 저출생, 이민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거대한 변화가 이 시스템과 충돌하며 새로운 불평등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예컨대 저출생 문제는 여성들이 전통적인 가족제도의 구속에서 탈출하고자 한 개인적 엑시트의 결과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심각한 재생산 위기로 나타난다. 또한 이민 역시 새로운 케이지로 진입하려는 움직임이지만, 한국 사회의 배제적 협업 구조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은 산업별·지역별 게토에 갇히는 이중 구조를 경험한다.

《오픈 엑시트》는 이렇게 기존 사회의 규칙을 깨뜨리는 변화들이 거대한 충돌을 일으키는 과정을 실증적 데이터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개인과 기업,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해법으로 ‘엑시트 옵션의 확대’를 제안한다. 자신의 숙련을 쌓고, 이를 자유롭게 이동시키며 새로운 보상을 추구할 수 있는 길이야말로 변화의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철승은 에필로그에서 “일자리를 얻고, 기술을 익히며, 이를 옮기거나 전환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드는 전략을 논의하는 것이 사회학자의 역할”이라며 “모두가 한정된 조직에 매달려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한국식 고용 시스템을 재구조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오픈 엑시트》는 빠르게 재편되는 미래 노동 환경 속에서 개인의 선택과 이동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문제제기이자, 한국 사회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실천적 통찰을 담은 책이다.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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