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워지기도 합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과 ‘더 잘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 속에서, 우리 마음은 소리 없이 지쳐가기 쉽습니다.
불쑥 찾아오는 불안과 복잡한 마음은, 약해서가 아니라 잠시 멈춰서 돌봐달라는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나를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고,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몇 가지 방법들을 더 깊고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1. 숨을 고르는 시간, 4-7-8 호흡
마음이 불안할 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는 비상 상태가 됩니다.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는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심장이 빨리 뛰고 몸이 긴장하는 것이죠. 이때 의식적인 호흡은 우리 몸의 브레이크, 즉 ‘부교감신경’을 부드럽게 작동시켜 이 균형을 되찾아주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4-7-8 호흡’은 바로 이 브레이크를 효과적으로 밟는 기술입니다. 핵심은 들이마시는 숨보다 내쉬는 숨을 길게 함으로써, 우리 몸에 ‘이제 괜찮아, 이완해도 돼’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입니다.
- - 방법 심화:
- - 가장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눕습니다. 어깨의 긴장을 풀고 턱에도 힘을 빼보세요.
- - 먼저 입안의 공기를 남김없이, 아주 천천히 “후-” 하고 비워냅니다.
- - 입을 다물고, 아랫배가 부푸는 것을 느끼며 코로 4초 동안 부드럽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 -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만, 편안하게 7초 동안 숨을 멈춥니다. 이 시간 동안 산소가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 - 다시 입으로,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8초에 걸쳐 길고 일정하게 숨을 내뱉습니다. 몸의 모든 긴장이 숨과 함께 빠져나간다고 느껴보세요.
- - 이 과정을 3~5회, 혹은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반복합니다.
- - 언제 해보면 좋을까요?
- - 중요한 회의나 발표 직전, 심장이 유난히 뛸 때
- - 누군가에게 서운한 말을 듣고 마음이 울렁거릴 때
- - 밤중에 안 좋은 생각으로 잠에서 깼을 때
- - 하루를 시작하기 전, 차분한 마음을 준비하고 싶을 때
- - Tip: 처음에는 8초간 내쉬는 것이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땐 6초부터 시작해 자신에게 편안한 길이로 조절해보세요. 숫자 자체보다 ‘길게 내쉰다’는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2. 생각의 흐름을 바꾸는 연습
우리의 기분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들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특히 불안할 때는 세상을 어두운 필터로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자동적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이는 과거의 경험이나 상처로부터 형성된 오래된 마음의 습관일 뿐, 현재 상황을 비추는 객관적인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연습의 목표는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주입하는 것(강제 긍정)이 아닙니다. 나를 괴롭히는 생각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정말 그럴까?’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 - ① 내 생각 그대로 보기: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적어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한심해’라고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 - (상황 1: 직장)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선배가 ‘이 부분은 좀 아쉽네’라고 말했다.” → (자동적 사고) “역시 난 능력이 부족해. 다들 날 신뢰하지 않을 거야. 곧 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거야.”
- - (상황 2: 관계) “친구가 주말에 나를 빼고 다른 사람들과 만난 사진을 SNS에서 봤다.” → (자동적 사고) “나만 소외됐구나. 내가 불편해서 일부러 안 부른 걸 거야.”
- - (상황 3: 자기 자신)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이 꽉 낀다.” → (자동적 사고) “완전히 자기관리에 실패했네. 의지도 약하고 정말 한심하다.”
- - ② 질문으로 틈 만들기: 그 생각이 100% 진실인지,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 생각의 틈을 만듭니다.
- - (질문 1) “보고서의 다른 부분에 대해선 뭐라고 했지? 칭찬한 부분은 없었나?”
- - (질문 2) “내가 모르는 약속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의 시간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어.”
- - (질문 3) “몸의 변화가 곧 실패를 의미할까? 내 가치가 옷 사이즈로 결정되는 건가?”
- - ③ 생각의 폭 넓히기: 질문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좀 더 건강하고 현실적인 생각을 찾아봅니다.
- - (대안적 생각 1) “아쉬운 점을 알려줘서 오히려 고맙다. 이 부분을 보완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야. 이것 하나로 내 전체가 평가받진 않아.”
- - (대안적 생각 2)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 하지만 나쁜 의도가 아닐 수도 있어. 다음에 만나면 자연스럽게 주말에 뭐했는지 물어봐야겠다.”
- - (대안적 생각 3) “몸은 계속 변하는 게 당연하지. 예전과 다른 것이 잘못은 아니야. 지금의 나에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옷을 선물하는 것도 좋겠다.”
3. ‘지금’에 잠시 머무르기
걱정과 불안은 우리 마음을 과거와 미래로 끊임없이 잡아당기는 강력한 자석과 같습니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일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들로 현재를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이죠. 마음챙김(Mindfulness)은 이 자석의 힘에서 벗어나, 의식의 닻을 ‘지금, 여기’에 내리는 연습입니다.
핵심은 ‘판단 없이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불안한 생각이 떠오를 때 ‘왜 난 또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라고 자책하는 대신, ‘아, 불안한 생각이 지나가고 있구나’ 하고 마치 하늘의 구름을 보듯 거리를 두고 바라봐 주는 것입니다.
- - 일상 속 마음챙김 방법들:
- - 걷기 명상: 산책할 때, 스마트폰은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세요. 대신 발바닥이 땅에 닿았다 떨어지는 감각, 다리 근육의 움직임, 코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느낌에 집중하며 걸어보세요.
- - 설거지 명상: 따뜻한 물이 손에 닿는 느낌, 그릇의 매끈함과 무게감, 세제의 향기, 거품이 부서지는 소리 등, 설거지하는 동안의 모든 감각을 하나하나 느껴보세요. 지루한 집안일이 새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 - 음악 감상 명상: 평소 배경음악처럼 듣던 노래 한 곡을 골라, 5분만 온전히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멜로디의 흐름, 각각의 악기 소리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가수의 목소리와 숨소리까지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게 됩니다.
4.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내어 보기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답답한 마음, 혹은 스스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있을 때, 글쓰기는 안전하고 충실한 상담사가 되어줍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바깥으로 꺼내어 눈으로 확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큰 치유의 힘을 갖습니다. 혼란스러운 감정에 질서가 부여되고, 문제와 나 사이에 건강한 거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 - 어떻게 쓸까요?: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나만 보는 공간에, 의식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 - 그냥 쏟아내기: 타이머를 15분 정도 맞춰두고, 멈추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갑니다. 맞춤법, 문법, 글의 논리는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지금 내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가장 화가 나는지, 무엇이 가장 두려운지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 - 주제 정해보기: 막막하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 - “오늘 하루, 내 마음을 가장 흔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 - “요즘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감정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 “만약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지금 당장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 “사소하더라도, 오늘 나를 미소 짓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글을 다 쓴 뒤에는 다시 읽어보며 내 마음을 이해해줘도 좋고, 혹은 그냥 덮어두거나 찢어버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표현 그 자체의 과정이니까요.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은 나를 아껴주는 가장 지혜로운 습관입니다. 오늘 하루도 여러 역할을 해내며 애쓴 당신이, 이 글에서 소개된 방법들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간을 갖기를, 그리하여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하고 단단해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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