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어지는 더운 여름, 고기와 함께 싸먹는 아삭한 상추 한 장이면 없던 식욕도 되돌아오곤 한다. 그런데 이 상추가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실제로 영국에선 상추를 포함한 잎채소를 매개로 한 특정 대장균(STEC) 감염 사례가 7년 사이 1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TEC는 일반 대장균과 달리 독성을 갖고 있다. '시가 톡신'이라는 독소를 분비해 장 점막 손상을 유발하고, 심하면 장 출혈성 질환까지 이어진다. 다른 독소인 '콜리박틴'을 만들어 세포 DNA를 손상시키고, 대장암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STEC 감염 시 주요 증상은 혈성 설사, 복통, 구토, 발열이다. 보통 감염 후 3~4일 안에 증상이 시작되며, 일부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STEC 감염은 식중독을 넘어 어린이나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용혈성요독증후군(HUS)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증후군은 신장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유발하며, 일부 환자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흙과 직접 닿는 재배 환경이 문제
영국 보건 안전청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6년 이후 STEC 감염 건수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23년 기준 10년 전보다 약 10배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잎채소류가 감염 경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연구는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 감염병 전문가 폴 헌터 교수팀이 진행했다.
연구진은 상추 섭취와 연관된 감염 사례 35건을 조사했다. 이 중 8건은 채소 세척·가공 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였고, 6건은 상추 재배지 인근에서 가축의 배설물이 유입된 환경이 원인이었다.
헌터 교수는 상추를 포함한 잎채소류가 감염에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오이나 토마토처럼 표면이 매끄럽고 땅과 직접 닿지 않는 채소에 비해, 상추는 흙과 직접 접촉하며 자라 오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세척만으론 부족… 생으로 먹는 것도 위험
잎채소는 여름철 식중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상추나 깻잎 등 쌈 채소를 흐르는 물에 한 번 씻는 정도로 준비하지만, 상추의 구조상 이런 세척으로도 균이 완전히 제거되기 어렵다. 더욱이 대부분의 쌈 채소는 열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먹기 때문에 감염 위험은 더 크다. 고기와 함께 먹는 쌈의 조합이 소화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제대로 씻지 않은 잎채소는 오히려 소화기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 사이 잎채소 섭취와 관련된 식중독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2022년에는 경기 지역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된 상추에서 대장균이 검출돼 대규모 리콜이 이뤄졌고, 2023년에는 강원 지역 한 급식소에서 깻잎을 먹은 학생 30여 명이 집단 설사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올바른 상추 세척 방법
전문가들은 상추 같은 잎채소를 먹기 전 반드시 '올바른 세척'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FDA는 흐르는 수돗물에 최소 30초 이상 잎 전체를 씻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잎 사이사이에 낀 흙이나 이물질, 세균까지 제거하기 위해 손으로 하나하나 펼쳐가며 닦는 것이 좋다.
식초를 이용한 세척도 도움이 된다. 물 1L에 식초 2~3큰술 정도를 희석해 5분가량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다시 헹구면 살균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식초 농도가 너무 높으면 채소 조직이 상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베이킹소다도 유용하다. 물에 1티스푼 정도를 풀어 5~10분 담근 뒤 깨끗하게 헹구면 표면의 잔류 농약과 세균 제거에 효과적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채소 전용 세척제도 있지만,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오염은 제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씻은 상추는 물기를 최대한 제거한 뒤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젖은 상태로 두면 세균 번식 속도가 빨라진다. 먹기 직전에 씻는 것이 가장 좋으며, 한 번 씻은 상추는 가능하면 하루 안에 소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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