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이란에 대해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한데 이어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중동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강요된 전쟁에 맞설 것이라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란 외교라인은 미국과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혀 막판 협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WSJ "트럼프, 이란 공격 계획 승인…실행은 보류"
美국방 "군은 준비 완료"…트럼프에 다수 이란 군사옵션 제시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UNCONDITIONAL SURRENDER!)며 항복을 촉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싸우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이 싸움이냐 (이란의) 핵무기 보유냐 사이의 선택이라면 해야할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하메네이 정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며 이란 정권교체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의 문을 닫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며 "이란측이 미국을 방문하길 원하고, 미측도 그에 응할 용의가 있다"며 막판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자리에서도 "어떤 것도 너무 늦은 일은 없다"며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협상이 가능한 시간이 길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최후통첩을 보냈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어쩌면 '최후의 최후통첩'(the ultimate ultimatum)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란을 공격하기 위한 계획을 승인했지만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종 공격 명령은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고위 참모들에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즉,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군사 옵션에 대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란에 대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다수 군사적 옵션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했으며 실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18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군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지원할 계획인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과 평화 문제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미군은 이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도 강조했다.
하메네이 "항복 안한다, 美개입은 불가역적 피해 초래"
이란 외교장관 "미국과 만남 수용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18일 연설을 통해 "이란 국민은 항복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 의심할 여지 없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항복을 거부했다.
하지만 외교 채널은 미국과 협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8일 이란 고위 외교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조속히 미국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자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이스라엘과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만남을 수용할 것임을 밝혔으며 트럼프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라그치는 앞서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외교로 복귀할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5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이 공격하면서 협상이 취소됐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6일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또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 대표단과 만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이란이 막판 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슬람권 20개국, 이스라엘에 "이란 공격 중단하라" 공동성명
푸틴, UAE대통령과 통화 "이란·이스라엘 중재 의향"
한편,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지속되자 이슬람권 20개 국가는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을 향한 공격을 멈추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20개국 외무장관들은 17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을 향한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이스라엘에 요구하면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명확히 거부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위험한 긴장 고조가 지역 전체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포괄적 휴전과 평화 회복을 하려면 긴장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공동성명은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지속 가능한 방법은 협상뿐이라며 외교적 대화를 강조하면서 "군사적 수단은 현재 진행 중인 위기를 장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중재하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전화로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인한 중동 위기 상황을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러시아는 분쟁 당사자들 간 대화를 촉진하는 측면에서 중재를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본격화된 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트럼프 미국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전화하며 중동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자신이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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