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멤버 2명이 또 잘려나갔다. 남자 넷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이경은 몇 주 동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면치기로 무리수를 던졌다. 그리고 또 벼룩시장 콘셉트로 1시간 10분을 때웠다. 여전히 국민 MC인 유재석이 중심에 있지만, 여전히 '무색무취'인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이야기다.
지난 7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하하, 주우재, 이이경이 창고에 묵혀 있던 아이템을 판매하는 '놀뭐 창고 대방출' 편으로 꾸며졌다. 이날 멤버들은 그간 방송을 통해 구매한 의상, 신발 등 소품을 동료 연예인들에게 싼값에 팔았다. 판매금을 기부하는 것에 목적을 뒀다. 그러나 그간 여러번 선보인 콘셉트는 결과적으로 '재미'가 없었다.
앞서 '놀면 뭐하니'는 3~4년여를 함께한 멤버 박진주와 이미주의 하차 소식을 알렸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놀면 뭐하니'를 떠났다. 구체적인 하차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두 사람이 '정리해고' 된 듯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미주는 러블리즈 활동 때부터 '예능돌'로 부각, 자연스럽게 유재석 라인에 합류했다. 전설의 예능 '무한도전'의 뒤를 이어 MBC 주말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는 '놀면 뭐하니'에서 새로운 활력소로 기대감이 높았다. 박진주 또한 우월한 노래 실력과 남다른 '끼'로 주목받았기에 '놀면 뭐하니'에서의 활약에 기대감이 컸다.
이미주와 박진주는 한때 아이돌과 여배우라는 본연의 이미지를 과감히 던져 버리면서 '놀면 뭐하니'에 녹아들려고 애썼다. 생얼에 콧물 분장은 기본이었다. 그러나 그 망가짐이 시청자 배꼽이 빠질 만큼의 '웃음'을 유도하진 못했다.
'놀면 뭐하니'는 2년 전에도 멤버 두 명을 정리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정준하, 신봉선이 하루아침에 '놀면 뭐하니'를 떠난 바 있다. 당시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이 반 토막 난 지 오래였고, 끊임없이 '무한도전 아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혹평을 받고 있었다. 주우재가 새롭게 합류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주우재 또한 '놀면 뭐하니' 합류 전 토크쇼, 버라이어티를 불문 특유의 말솜씨와 병약한 이미지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예능 기대주'로 떠올라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에 와서는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최초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을 이끈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손잡고 론칭하는 예능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유재석 1인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포맷으로 신선함을 안겼고, 급기야 부캐 신드롬을 일으켰다. 론칭 1년 후인 2020년, 유재석이 오랜만에 방송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했고 '놀면 뭐하니'는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주인공이 됐다. 기세를 몰아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TV부문 대상까지 거머쥐었다. 그 시기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 10%를 웃돌았다.
그러나 2021년 김태호 PD가 퇴사한 이후,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지 못한 '놀면 뭐하니'는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새 과거 '무한도전'처럼 멤버들이 구축됐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콘셉트를 재탕하며 신선한 재미를 안기지 못했다. 이에 후임 박청훈 PD가 연출을 포기했고, 멤버 교제가 거듭됐다.
몇 년 전 본지 기자는 주말 황금 시간대 예능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는 '놀면 뭐하니?'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진부함과 캐릭터의 부재였다.
'놀면 뭐하니?'의 진부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를 소환한 '돌아온 이경규가 간다'부터 '무한도전'서 선보인 '박명수의 기습공격'을 콘셉트로 한 '유 어사의 기습공격'까지 자꾸만 예전 것을 가져다 쓴다. 이 외에 다수의 회차에서 선보인 '특집'이 그동안 봐 왔던 것을 재탕한 경우가 많다. 예전 것을 가져다 쓴 것이 문제라고 말 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시대에 맞게 더 쫄깃하고 흥미진진하게 연출할 수 없었을까. '재미' 보다 그저 따라 한 것 같은 느낌만 든다.
진부함만큼이나 심각한 것이 '캐릭터'의 부재다. '무한도전'이 잘 나갔을 때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를 떠올려 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각각 캐릭터가 뚜렷했고, 제작진이 그들의 캐릭터 성을 기가 막히게 활용하면서 어떤 특집에서도 '큰 재미'를 줬다.
현 시점, 시청자가 재미있다고 여기는 버라이어티 예능은 캐릭터가 확실하다. 특히나 매주 콘셉트가 달라지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 멤버간 케미, 멤버 각각의 예능감은 '필수' 조건이다. '놀면 뭐하니'는 수년간 멤버간 호흡을 다졌지만, 여전히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다.
'놀면 뭐하니'의 중심인 유재석은 지상파, 케이블, 유튜브까지 종횡무진하며 국민 MC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자신이 맡은 프로그램에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예능을 살펴보자. 최근에는 SBS '틈만 나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틈만 나면'은 콘셉트가 뚜렷하다. 굳이 캐릭터를 형성할 필요는 없다.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에 단순한 게임으로도 쫄깃한 긴장감을 주고, 승패가 갈릴 때는 도파민이 폭발한다.
'런닝맨'은 장수 예능으로 다져진 멤버간 케미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좋다. 무엇보다 '런닝맨'은 기발한 미션으로 회마다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제작진이 머리를 쥐어짠 흔적이 보인다. '유 퀴즈' 또한 국민 MC 유재석의 소통 능력을 무기로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재석은 그저 중심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라는 '무기'를 가지고도 여전히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멤버 하차와 교체가 답이 아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km@knews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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